사회 사회일반

노사 '힘의 불균형' 더 커져

<2>노사갈등 부른 친노동정책

<下>사회균열 키우는 노조정치화

ILO 법안 강행...실업자 노조가입 등

단결권 확대로 강성노조 득세 전망

노동계도 "국제기준 못미쳐" 불만

1615A05 노동관계법개정안내용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를 중심으로 노사관계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강화할 경우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올해 정기국회 내 제출을 위해 지난달 입법예고 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 비준안은 외교부에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노조 형태에 상관없이 실업자·해고자의 가입을 허용한 노조법과 퇴직 공무원·교원, 소방공무원, 대학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이다. 또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정비해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할 경우 모든 노조에 대한 성실 교섭과 함께 차별금지 의무를 부여했다.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하지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해 과도한 급여를 주지는 못하게 했다.

경영계에서는 이 같은 단결권의 확대가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적으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강화로 이어져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후진성 등 현실적 여건을 선진화해야 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며 반대의사를 냈다. 해고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를 합법화할 길이 열리는 것도 이른바 보수 진영의 반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당하게 해고된 자나 퇴직자·실업자·활동가 등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면 단결권 확대가 강성노조의 강성조합원 확대로 이어져 기업의 노사관계가 더욱 경직적이고 대립적인 문화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부당노동행위 관련 고소·고발의 남발, 관행적 파업 증가, 직장 점거에 따른 피해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의 삭제에 대해서도 노사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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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경영계의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동일 협약을 극한 마찰 끝에 비준했던 일본·캐나다는 노사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한 지 30년이 넘도록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국제경제·사회적 위상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협약에서 적시하는 단결권 관련 사항들은 국제적 노동기준으로 인정받는데 이를 비준하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 문제로 인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전문가 패널이 다음 달 활동을 시작한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득실을 비교해 볼 때 30년 넘게 협약 비준을 지연시켜 얻는 이득보다 이 때문에 감수해야 할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본다”며 “전교조 합법화 문제도 김대중 정부부터 10년여간 합법 노조로 관리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노동계도 개정안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민주노총은 “이번 개정안에서 특수고용직·간접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누락했고 노조설립신고제도,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문제도 빠졌다”며 “개정안 전반적으로 국제노동기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ILO 핵심협약에 대한 과한 기대도 우려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협약 비준의 당위성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비준을 둘러싼 노사의 기대와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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