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4차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조건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 성동조선이 매달 통영조선소 야드의 유지 및 관리비로만 1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조선업황의 불황 속에 3,000억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을 지불할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회사의 마지막 ‘쌈짓돈’마저 모두 탕진하고 청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은 지난 7월 말 기준 50억원 안팎의 내부 유보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회사 자체 보유현금과 일부 상거래채권 회수액, 야드 임대수입 등을 합친 금액이다.
하지만 이 자금은 올 연말께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법원과 회사가 1·2야드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에 주력하면서 매달 10억원 이상의 돈을 야드 유지 및 관리 등에 사용하고 있어서다. 성동조선은 최근 5년간 신규 수주가 ‘제로(0)’로 2017년 마지막 선박을 인도한 후 개점휴업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 골리앗 등 선박건조에 필요한 기계장치를 상시 가동상태로 유지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상하수도 및 전기요금, 기름값, 직원 인건비 등으로 돈이 나가고 있다. 성동조선은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한 3야드 매매대금(1,107억원)을 수출입은행 등 담보채권자에게 우선 배당하고 남은 돈을 유지·관리비에 추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금액은 매매대금의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차 매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법원이 오는 9월 중에 조건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성동조선은 연말까지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당초 법원은 10월18일까지 청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성동조선은 두 달 더 시간을 번 셈이지만 3,000억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불황 속에 수주 잔량도 제로인 중견 조선사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할 곳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6월 진행된 3차 매각 본입찰에서도 3개 업체가 인수제안서(LOI)를 냈지만 인수가의 5% 수준인 자금조달 증빙에 실패해 결국 유찰됐다. 게다가 성동조선은 지난해 333억원의 영업손실과 1,1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만 2조7,030억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성동조선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회사에 남은 유보금만 소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지역 정치권과 노조 등을 의식해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청산 결정을 미루면서 채권회수 극대화를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된 만큼 청산을 결정하는 것이 내부 유보금의 지출을 막고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법원도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인수합병(M&A)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