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나에게 고통을 줄 수는 있지만 결코 불행하게 만들지는 못하오. 아무리 지루한 날도 24시간 이상은 아니고 아무리 빨리 가는 날도 24시간 이상은 아니오.”
‘존경하며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그의 편지는 담담해 보이는 깊은 우물 같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인 고 이희호 여사에게 쓴 ‘옥중서신’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3·1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1977년 진주교도소에 수감됐을 때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고, 지병이 깊어져 서울대병원으로 이감됐던 1978년에는 메모지에 못으로 눌러쓴 편지를 전했다.
오는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2권짜리 ‘옥중서신’이 출간됐다. 1권은 ‘김대중이 이희호에게’ 쓴 편지들 모음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해인 2009년 첫날부터 6월 2일까지 동교동 자택에서 쓴 일기도 처음 공개됐다. 2권은 이 여사가 망명 생활과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몸은 비록 옥중이었지만 신학부터 역사·경제·철학·문학을 관통하며 세계 평화와 이웃을 향한 화해를 추구했다. 이 여사 또한 애틋함 곳곳에 민주화와 인권 운동가로서의 절실함을 새겨 넣었다. 각 1만9,800원.
한편 시대의창 출판사는 10년 전에 출간됐던 시사만화가 고 백무현의 ‘만화 김대중’도 서거 10주기에 맞춰 다시 내놓았다. 원작자가 내용 오류 등을 바로잡았고, 5권을 3권으로 다시 엮었다. 각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