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다른 회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금액이 13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를 본 것도 서러운데, 투자한 법인에 대한 보증까지 서 대신 갚아줄 가능성이 높은 빚의 규모가 최대 3조 2,000억원에 달했다.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투자 결정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8 회계연도 결산’ 공공기관편에 따르면 총 339개의 공공기관 중 119개가 880개 법인에 출자 중이었고 지난해 말 현재 12조 9,52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계산됐다. 출자주식의 지난해 12월 31일 장부가액과 취득원가를 비교한 결과다. 개별 공공기관의 투자 손실액이 공개된 적은 많았지만 전체 공공기관 손실 규모가 종합 계산된 것은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의 치밀하지 못했던 자원외교 투자,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해외 광구를 헐값에 매각한 것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해외 자원개발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이 있었다. 한국석유공사는 11조 5,530억원을 출자했지만 장부가액은 3조922억원에 그쳐 8조4,608억원 손해를 봤고 한국가스공사가 3조3,835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조5,40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서도 출자한 법인의 프로젝트가 엎어지며 손해를 본 게 많았다. 한국철도공사는 용산개발사업 관련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 2,500억원을 출자했지만 사업해체 등으로 전액 감액처리 됐다. SOC·지역개발사업 분야에서 총 7,481억원을 밑졌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이 유사시 출자회사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지급보증을 13조 2,000억 원 어치나 섰다는 점이다. 자기관이 투자한 법인이기 때문에 이들 법인이 원활한 자금을 조달 받게 하기 위해 보증을 선 경우가 많았다. 이 중에서 실제 빚을 대납할 가능성이 높은 규모는 최소 2조 5,000억원에 이르렀다. 석유공사는 캐나다의 하베스트(육상석유개발)에 2조 2,720억 원을 2023년 6월까지 보증 서고 있다. 하베스트는 2015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석유공사가 대납할 가능성이 높다.
또 광물공사는 멕시코 동광사업인 볼레오에 2,124억,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사업 암바토비에 331억의 지급보증을 섰는데, 볼레오는 작년 말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고 암바토비도 지난해 5,200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8월 현재 석유·광물공사의 기한이 만료된 지급보증 액수는 6,900억원인데, 보통 이들 지급보증은 만료돼도 연장되기 때문에 대납 위험이 높은 규모는 총 3조 2,000억원이 넘는다. 광물공사 측은 “지급보증 계약에 따라 이미 원금과 이자를 대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공공기관의 수익으로 대납하게 되는데, 수익을 못 내는 기관은 새롭게 채권을 발행하거나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조1,600억원, 광물공사는 6,900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결국 또 채권을 발행하거나 중앙정부 출자를 받는 등 국민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예정처는 “지급보증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으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