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의 ‘독불장군’식 정책 결정에 벼랑 끝 몰리는 미 경제

WP “트럼프, 반대하던 므누신에 ‘中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CNBC “트럼프·나바로 제외한 백악관 참모들,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경제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

마크 잔디 “무역전쟁의 美경제 영향 없단 트럼프 주장은 완전히 틀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한 후 한쪽 팔을 잡고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불장군식으로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한 후 한쪽 팔을 잡고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불장군식으로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진의 말은 듣지 않고 ‘독불장군’식으로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중한 의사 결정 과정 없이 대통령이 본인의 직관에 따라 독단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참모진의 조언이나 반대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측근의 불만 및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사건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이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을 반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 위안화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므누신 장관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해 결국 지난 5일(현지시간) 환율조작국 지정을 관철했다. 당시 미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을 직접 지적한 뒤 6시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 측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복귀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므누신 장관을 압박한 것이라고 익명의 한 관계자는 WP에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미중 양국 간 갈등만 더 심화시켰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WP는 또 다수의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의 원인은 중국 경기 악화 등의 개별적인 시장 요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내용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윗 캡처미 연방준비제도( 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내용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윗 캡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도 계속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소식이 나올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국채시장에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자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말도 안 되는(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우리는 쉽게 큰 성과를 거들 수 있는데 연준이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 “연준은 너무 빨리,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늦게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NBC는 15일(현지시간) 익명의 정부 관리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연준의 금리정책을 비난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뿐”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백악관 내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제)문제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는 믿음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연준이 아니라 1년 만 이상 지속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관세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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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양측 모두 관세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트럼프는 “중국과 세계 각지로부터 거대한 양의 자금이 안전과 투자, 이자율을 이유로 미국에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트윗을 통해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접근법에 대해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점점 더 참모진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을 전가해 미 경제에 리스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dead wrong)’고 진단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출연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쌓이고 있다”면서 “이것(무역전쟁)이 경제적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밝힌 대로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내년에 1,000억달러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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