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MNO)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케이블 2위 사업자 티브로드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가 CJ헬로의 알뜰폰 부문을 분리해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들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이 알뜰폰 시장에서 요금 인하, 서비스 혁신 등을 주도하는 ‘독행기업(Maverick)’이라고 주장한다. 독행기업이란 시장 내에서 혁신을 일으켜 경쟁을 촉진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CJ헬로가 LG유플러스와 결합하면 알뜰폰 1위 사업자가 시장에서 사라져 혁신과 시장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인데 언뜻 듣기에는 분리매각의 당위성이 있는 주장일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CJ헬로를 이동통신 시장에서 정말 ‘독행기업’으로 볼 수 있느냐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자유로운 요금제를 설정,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의 통신상품 가격을 직간접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알뜰폰만의 요금과 상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다양성과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심비)이 알뜰폰 서비스의 핵심인데 이러한 시장구조에서는 알뜰폰의 활성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알뜰폰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SK텔레콤과 KT가 주장하는 것처럼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분리매각한다면 독행기업으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병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나아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마저 제한하게 한다며 우려하고 있으나 CJ헬로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시장의 두 달 번호이동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연 1.2%의 변화가 시장경쟁을 제한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동통신 3위 사업자와 알뜰폰 1위 사업자의 결합이 이동통신 전체의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이런 결합이 보다 강한 경쟁의 촉진을 가능하게 한다고 판단된다. 이는 50%의 점유율 사업자가 1%로 자사의 독과점 폐해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다. 경쟁 제한을 핑계로 자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아전인수식 주장인 셈이다. 또 정부가 강제로 알뜰폰 부문의 매각을 결정한다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CJ헬로 알뜰폰 사업의 가치를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전체 시장 1.2%의 변화를 이유로 건실한 알뜰폰 사업의 가치를 급전직하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며 이로 인해 사업자 및 사회적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결합은 시장의 다양한 서비스 형태를 양산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가격 경쟁이나 프로모션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으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알뜰폰 육성과 함께 통신비 절감을 통한 통신복지 향상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의 논리에 막혀 이동통신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시장 재편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도래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정부도 알뜰폰 진흥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5G 시대 개인영업(B2C)에서 기업영업(B2B) 영역으로의 본격적 확대를 위한 알뜰폰 역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기존의 이동통신 산업과 경쟁하는 산업이라는 인식보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동업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도매 대가나 결합상품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