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원금손실 가능성을 공개 경고한 외화보험(달러보험)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 복잡한 외화보험에 대한 구조는 물론 환차손 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 가입자들에게 보험사들이 제대로 된 위험을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경고하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본지 8월18일자 10면 참조
18일 서울경제가 A보험사의 지난 2·4분기 외화보험 가입자 현황을 입수·분석한 결과 61세 이상이 54.3%(납입보험료 기준)를 차지했다. 41~60세는 37.8%로 집계됐다. 40세 이하는 7.8%에 그쳤다. A사뿐만 아니라 외화보험을 판매 중인 4개 보험사도 가입자 대부분이 외화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퇴직금 등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은퇴자 등 60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해약환급금 등의 금전수수가 미국 달러 등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으로 납입보험료를 해외 국채 중심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계약자는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에 자산을 배분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 환율이 오르면 납입보험료도 증가하고 보험금을 수령할 때 환율이 하락하면 수령액이 줄어드는 등 환차손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결합증권(DLS)처럼 외화보험 판매 과정에서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다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외화보험 상품 시장이 급증하는 것과 맞물려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환율변동에 따른 원금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 했거나 외화 기반 원금보장을 엔화 기반으로 오해한 경우가 다수였고 대부분 은행창구를 통해 판매되기에 예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자산 선호 추세와 달러화 강세 등에 힘입어 외화보험 상품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4개 생명보험회사의 최근 4년간(2015∼2018년) 수입보험료는 연평균 5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화보험은 올해 1·4분기에만 1만5,735건이 판매됐고 초회보험료도 1,874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초회보험료가 5,736억원, 신계약 건수는 5만1,413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2.9배, 10.1배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외화보험의 환차손 발생 가능성 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외화보험과 관련한 민원도 2014년 922건에서 지난해 2,543건으로 늘어났다. 민원의 77%가 설명이 미흡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복잡한 외화보험에 대한 구조는 물론 환차손 우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된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60~70대가 환율변동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외화보험 판매가 급증하면서 민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