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홍콩시위 악화땐 韓경제도 충격

중계무역 활용...작년 수출 56조원

정부·기업 '블랙스완 되나' 촉각

홍콩 사태가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개입 등으로 악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KOTRA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홍콩 무역액은 480억달러로, 이 중 수출은 46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홍콩 수출 제품은 대부분 중계무역으로 다시 중국 등으로 재수출된다. 우리 기업들이 홍콩을 중계무역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금융허브로서 무역금융에 이점이 있고, 중국기업과 직접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법인세, 무관세 혜택도 장점이다.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로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한 수출액의 60%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기기와 기계류는 전체 수출액의 82%에 달했다.


산업계에서는 홍콩 시위가 악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중계무역 등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무력개입이 있을 경우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특별 지위 부여는 홍콩이 중국 반환 이후에도 동아시아 금융·물류 허브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앞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의 통과를 위한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나서며 사태 향방에 따라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 철회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 홍콩 시위가 경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는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홍콩 시위가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블랙스완이란 대단히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사건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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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홍콩 사태에 대한 시장 우려가 확대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홍콩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대(對)홍콩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고, 홍콩 주가지수 연계 파생결합증권(ELS)의 손실 가능성도 아직은 희박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악화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배가할 수 있다는 게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서방이 이에 반발해 갈등이 격화한다면 최악의 위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이 경우 자금이탈과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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