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는 컴퓨터가 ‘대리인’이 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상자(컴퓨터) 안에 작은 사람 같은 것이 들어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예측하게 되겠죠. 이 작은 상자를 항상 갖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입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왼쪽 사진)는 지난 1984년 뉴스위크 ‘엑세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컴퓨터가 개인비서의 역할을 할 것임을 예언했다. 그리고 이 예언은 26년이 지난 뒤 아이폰의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비서인 ‘시리(Siri)’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즈니스·기술 관련 웹사이트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잡스와 제프 베이조스(가운데) 아마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오른쪽)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정보기술(IT) 거물들은 AI와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2000년 이전에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세상을 바꾼 혁신기술들을 이들은 무려 20년 전부터 예상하고 준비해온 셈이다.
시리의 등장을 예측한 잡스는 1996년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예언을 했다. 잡스는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저장하지 않는다. 나는 e메일과 웹을 많이 사용하며 이 두 가지를 이용해 스토리지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며 “그것은 내 창고”라고 말했다. 그리고 애플은 2011년 인터넷에 파일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출시했다.
예측 능력을 가진 IT 거물은 잡스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끌고 있는 베이조스는 1999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더 이상 반스앤노블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들은 단지 그들(반스앤노블)의 영역을 방어할 뿐”이라며 “앞으로 그들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아마존은 책을 훨씬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다. 베이조스가 지금은 널리 퍼진 인터넷과 연결된 가전 네트워크인 사물인터넷(IoT)을 예견한 것도 같은 해 일어났던 일이다.
과거 윈도 신화를 일군 게이츠의 선견지명 역시 잡스나 베이조스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20년 전 자신의 저서 ‘비즈니스@사고의 속도’에서 온라인 홈 모니터링과 스마트 광고가 조만간 등장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집에 없는 동안 누군가 방문했을 때 이를 알려주는 비디오 패드가 일반화될 것”이라며 “기기도 당신의 구매동향을 알고 선호도에 맞춘 광고를 보여주는 똑똑한 광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잡스와 베이조스·게이츠와 같은 IT 거물들은 2000년대가 오기도 전에 현재를 이끌 기술들의 등장을 예언했다”며 “우리는 지금 이것들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