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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뒤안길] '비지정문화재' 만화를 기리며...

일제강점기 저항의식·계몽운동 한컷에 담아

1910년 5월28일자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만화.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1910년 5월28일자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만화.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2016년 말 ‘대한민보’를 기증받았다. 이 신문은 대한제국 말기의 대표적 민족신문 가운데 하나였다. 이 신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 매호 실렸다는 점이다. 삽화가는 당시 유명했던 화가 이도영(1884~1933)이었다. 쉽게 그린 것 같지만 누구나 그릴 수 없었던 이 만화는 1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글과 그림을 함께 표현하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글씨를 모르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던 만화는 일제강점기에 손쉬운 계몽과 항일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만화 전문화가 이도영은 시대의 고민을 만화로 풀어냈다.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국운이 다해가던 시절. 그는 소위 ‘엘리트’들이 걸었던, 비단길이 보이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으나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1910년 5월28일은 일제 통감부(統監府)가 ‘출판규칙’을 공포해 민족언론 탄압을 강화하던 날이었다. 그는 폐간이 머지않았던 대한민보에 만화를 실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적거린다’는 글도 같이 담았다. 우리 민족을 한낱 지렁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지만 결기가 있다. 국운이 풍전등화였던 시기에 신문의 그림으로나마 통감부의 탄압정책에 반발했던 모습이라 여겨진다. 이 신문과 만화가 아직은 ‘비지정 문화재’지만 계몽운동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를 감안하면 ‘미래의 문화재’가 분명하다.
/오춘영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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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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