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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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5개 대학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자 해당 학교들은 큰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해온 학생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면서도 ‘혹여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강하게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27일 조 후보자와 딸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 등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고려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공주대, 단국대 등 5곳을 압수수색하자 해당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는 등 하루 종일 들썩였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으로 조씨에게 장학금이 주어진 과정에 대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을 기대하면서도 ‘혹여 조 후보자의 임명에 힘을 싣는 절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학생은 “수사해서 성과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만약 성과가 안 나오면 다 같이 죽는 것”이라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은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때우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이 다음달 초 열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 학생은 “법무부 장관이 거의 확실시되는 사람을 (검찰이) 털 수 있을까”라며 “현 정권을 비판했던 검사들이 대거 좌천되거나 옷을 벗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대학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과 장학금 수령 과정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대의 한 관계자는 “아침에 업무도 시작하기 전에 검찰이 들이닥쳐 놀랐다”며 “검찰에 협조하고 있지만 학교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씨가 짧은 인턴 활동에도 의학논문과 국제학술대회 발표 초록에 저자로 등재돼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단국대와 공주대도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조씨의 장학금 수령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와 부정입학 논란을 낳은 고려대는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대학에서는 조 후보자의 사퇴와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다시 열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8일 오후8시30분부터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부산대는 촛불집회추진위원회 주도로 같은 날 오후6시 조 후보자 딸 학내 비리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고려대 역시 같은 날 일반학생들을 중심으로 두 번째 촛불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희조·김지영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