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이유

심우일 성장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소원도 불사할 것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내뱉은 말이다. 그가 ‘헌법소원’을 거론하면서까지 중기부에 요구한 것은 연합회 정관의 ‘정치 관여 금지 조항’ 삭제 승인이다. 정부에 대놓고 ‘정치세력화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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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최저임금이었다. 올 6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무산되자 연합회는 지난달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소상공인이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지웠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봤던 기자로서는 연합회가 정말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가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과도하다며 여당과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8월29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을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회는 ‘표’와 직결된다. 지난해 중기부 국정감사 당시 야당 의원들이 중기부의 연합회 사찰 의혹을 따지면서 연합회의 손을 들어줬던 것도 연합회의 ‘정치적 힘’과 무관치 않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연합회가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 연합회의 ‘정치화’ 요구가 일부 간부의 정계 진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계 진출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전체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쌓은 ‘힘’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순수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이미 5월 제갈창균 외식업중앙회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의원 공천을 해주실 거죠”라며 속내를 드러냈다가 빈축을 샀던 선례도 있다. 특히나 지금은 내년 4·15총선을 앞둔 마당인 만큼 오히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조심해야 할 때다. 일부 간부의 욕심만 챙기다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소상공인의 숙원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vita@sedaily.com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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