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Global 인사이드] 경제 불확실성 키우는데…'극과 극' 오가는 트럼프

■G7 혼란만 가중시킨 '트럼프 변덕'

매시간 바뀌는 對中 태도에

글로벌 시장은 '롤러코스터'

트럼프 "내 성공적 협상 방식

美 위해 앞으로도 계속할 것"

즉흥적 대응에 '약발' 떨어져

트럼프 발언, 시장 신뢰 안해

"경기하강 속도 부채질" 분석




“미안하지만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입니다(Sorry, it’s the way I negotiat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미치광이 전략’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공격적인 수사로 갈등을 고조시켰다가 다시 낙관적 메시지로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특유의 ‘갈지(之)자’ 협상 전략이 온갖 이슈에서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혼란의 주체인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응변적이고 진위를 흐리는 이러한 협상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 트럼프발(發) 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말을 프랑스에서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과 논쟁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를 비꼬았다. 신문은 “지구상에서 가장 중대한 경제분쟁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매일, 심지어 매시간 오락가락하며 전 세계를 지정학적 소용돌이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극과 극의 수사를 쏟아내며 글로벌 경제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 관리들이 전날 밤 미국 측에 전화를 걸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중국이 협상 복귀 의사를 나타낸 만큼 “우리는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불과 하루 전 무역전쟁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시장을 공포감에 휩싸이게 한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만 해도 시 주석을 ‘적(enemy)’이라고 비난하며 중국산 제품에 최대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의 진위도 불투명하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양측 간 전화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으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도 트위터에서 “내가 아는 한 중국과 미국 협상대표들은 최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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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워하는 기자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안하지만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이라면서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잘해왔고 미국을 위해 더 잘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자신감은 가업인 부동산 사업을 해오면서 터득한 이른바 ‘고함과 위협’이 핵심인 협상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그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 외에도 이란과 북한·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G6 지도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과 ‘미국 우선주의’ 노선 사이에서 춤을 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린폴리시는 “적대적 태도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상대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위협적인 방식이 트럼프의 스타일”이라면서 “하지만 사업 거래에서처럼 자신만의 승리를 거두는 ‘제로섬’ 결과는 있을 수 없는 국가와의 협상에서 트럼프는 취임 3년간 중국·이란·북한 및 기타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성과는커녕 오히려 협상을 시작할 때보다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도가 반복될수록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재개 시사 발언에도 뉴욕 증시의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협상 전략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시장은 아무리 낙관적 메시지가 나와도 경계를 풀지 않을 것이며 결국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수록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이 늦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미국 경기 하락 위험 확대로 2020년 미 대선에도 역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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