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줄잇는 ‘앵무새’ 日 손님에 고민 깊은 李총리

‘지일파 총리’ 역할론 재부상 속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면담 등

日인사 직간접 접촉 줄잇지만

대부분 日정부 입장만 되풀이

일부는 총리 발언 와전하기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일갈등 격화는 물론 한미관계에서도 불협화음이 감지되자 난국 타개를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지일파 총리 역할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 총리를 한일 소통 채널로 보는 시각은 국내에서만 늘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총리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려는 일본 인사들의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일본 정부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데다 일부는 한국 입장을 와전하기까지 해 이 총리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일본 NHK는 30일 자민당 소속인 일한의원연맹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이 31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관방 장관 출신으로, 방한 기간 이 총리와도 면담할 예정이라고 NHK는 전했다. 총리실은 “면담을 하는 건 맞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동숭동 미래교실네트워크 거꾸로캠퍼스를 방문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동숭동 미래교실네트워크 거꾸로캠퍼스를 방문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李총리와 전화통화라도…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이후 이 총리와 면담을 원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 통화라도 하려는 일본 인사들의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순방 당시 이 총리가 “일본 관계에 대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울·도쿄와 연락을 하면서 그날 그날 상황을 점검한다”고 말한 데서 더 나아가 일본 측의 선제 접촉 제의가 늘었단 뜻이다.

특히 이 총리가 지난 26일과 27일 연달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원상회복되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본 측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통 확대 자체는 반길 일이지만 일본 측의 입장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이 총리는 운신의 폭을 정하는 데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현안에 대해 정계는 물론 재계, 학계까지 지독할 정도로 이 총리에게 ‘원 보이스(one voice)’를 낸다”며 “징그럽단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이 강제 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국제법을 위반한 상태를 먼저 시정 해야 하고, 수출 규제 조치는 이와 무관하며,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일본 정부 입장만 전한다는 설명이다.

이낙연(오른쪽) 총리와 일한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이 지난 해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총리실이낙연(오른쪽) 총리와 일한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이 지난 해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총리실


日현지에 와전…총리실 시정하기도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는 이 총리와 접촉 결과를 현지에 와전해 총리실이 시정에 나서기도 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자민당 의원이 최근 일본 언론에 이 총리가 본인에게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제안했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총리실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화 접촉을 먼저 시도한 쪽도 누카가 의원”이라고 밝혔다. 또 총리실은 “누카가 의원도 ‘그 보도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한일 갈등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총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키우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유력 인사가 총리 아니냐”며 “지금 중요한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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