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세상을 바꾸는 우리]불모의 땅? 생태 별천지!...골프장도 친환경 바람

폐염전 위에 만든 군산골프장

폐석장터 활용한 스카이72 등

식생 복원...다양한 생물 서식

쓰레기 더미였던 인천 드림파크

亞게임 개최한 환경명소 변신

농약 저감 등 코스관리도 친환경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의 ‘에코 소풍’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코스 곳곳에서 놀이를 통해 환경 교육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의 ‘에코 소풍’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코스 곳곳에서 놀이를 통해 환경 교육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1 전북 군산골프장 자리는 염전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바닷물이 막혔고 자동차경주장 조성 계획이 무산되면서 흉물스러운 땅이 됐다. 군산레저산업이 국내 최대 규모인 81홀 골프코스를 건설했다. 총 길이 45km의 골을 파고 흙을 파낸 곳에는 물을 채우는 친환경 공법이 적용됐다. 현재 코스를 둘러싼 물길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코스 관리 등에 종사하고 있다.

#2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는 폐염전과 인천공항 개발 뒤 폐석재가 남아있는 나대지였다. 골프장 조성 때 부지 내에 동물 이동을 위한 생태 통로와 대규모 생태 연못을 조성했다. 가물치, 고라니는 물론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왕은점표범나비, 큰기러기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에코소풍’ 등 코스 내 복원된 환경을 개방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호응을 받고 있다.


개발과 환경보호는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다. 특히 대규모 토목 공사와 잔디 관리가 이뤄지는 골프장은 환경 파괴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온 측면이 크다. 하지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함께 골프장 업계에서도 ‘친환경’은 개발과 운영에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골프장의 친환경 노력은 개발에 따른 환경 복원과 운영 상의 오염 최소화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이미지 제고가 골프장 산업의 지속 성장에 필수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불모의 땅을 재생의 공간으로= 군산골프장과 스카이72는 버려진 땅을 개발해 생태계를 복원한 친환경 개발의 좋은 사례다. 폐염전과 채석장이었던 불모지 위에 연못과 습지, 계류 등을 만들어 갯벌 지역 식생을 복원함으로써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잔디를 식재한 코스뿐 아니라 보존해야 할 원형녹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지의 40% 이상의 면적을 녹지로 조성했다. 잔디와 녹지는 토양과 공기를 정화함은 물론 경관환경 또는 환경미학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기능을 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파인스톤과 전북 고창골프장 역시 폐염전 부지에 건설됐다. 경기 시흥의 솔트베이와 인천 강화도의 유니아일랜드도 염전 부지의 갯벌 식생을 보존하며 조성한 골프장들이다.


인천 드림파크의 36홀 골프코스는 지난 2000년까지 약 9년간 6,500만t의 쓰레기를 묻은 153만3,000㎡(약 46만평) 규모의 제1매립지 위에 지어졌다. 2002년 1,000만그루 나무 심기 사업에 착수한 뒤 2013년 골프장이 개장하면서 40m 높이의 황폐하고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남녀 프로골프 투어 대회를 개최한 환경 명소로 거듭났다. 폐기물을 매립하는 친환경적인 처리로 냄새가 없고 지하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원 강릉의 메이플비치 역시 석탄재 매립지 골프장이다. 강원 정선의 하이원골프장은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석 더미가 산을 이뤘던 폐광 지대, 충남 태안의 솔라고·현대더링스는 척박한 간척지가 녹지로 변모한 사례다. 지역경제 기여로 친환경과 효율적인 국토개발이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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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드림파크CC는 6,500만t의 쓰레기를 묻은 약 46만평 규모의 매립지 위에 조성된 친환경 골프장이다. /사진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인천 서구의 드림파크CC는 6,500만t의 쓰레기를 묻은 약 46만평 규모의 매립지 위에 조성된 친환경 골프장이다. /사진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친환경 코스관리가 ‘대세’= 환경부가 최근 조사, 공개한 2017년 골프장 농약 사용량에 따르면 6홀 이상 526곳(18홀 환산 530곳) 골프장의 총 사용량은 587t이었다. 18홀당 약 1.11t인 셈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상 사용이 금지된 고독성·맹독성 농약은 검출되지 않았고 골프장 토양 지하수의 잔류 농약 성분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제주 에코랜드(27홀)와 경남 의령친환경골프장(9홀), 충남 골드힐골프연습장(9홀) 등 3곳은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에코랜드는 곶자왈과 주변 환경 보호를 위해 무농약 친환경을 모토로 내걸었다. 의령군이 운영하는 의령친환경골프장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제초작업을 해 인건비가 3배나 들지만 친환경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의 취지를 살리고 있다.

농약을 쓰는 골프장들도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대신 병원균의 천적 역할을 배양해 만드는 미생물제제의 생물 농약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남서울, 베어크리크, 일동레이크 등이 이를 잔디 관리에 이용하고 있다. 오크밸리 등에서는 목초액이나 키토산 등의 친환경 천연 자재로 농약을 대체한다. 곤충의 분비물인 페로몬으로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유인하는 방법인 페로몬 트랩, 오리를 활용해 풍뎅이나 굼벵이의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 등도 동원된다. 화학 비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업장 폐기물인 예지물(깎인 잔디 쓰레기)을 발표시켜 퇴비로 재활용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물 저장과 워터해저드 등의 용도로 폰드(연못)가 많은 골프장에서는 수질 정화도 중요한 과제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는 코스 지하 40m에 담수량 3만t의 친환경 댐을 조성, 토양에 스며들어 자연 정화된 빗물을 저장했다가 잔디 관리뿐 아니라 가뭄 때 주변 농가에 비상 급수용으로도 사용한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이를 통해 탄소 배출 저감과 수자원 보호 등 연간 30억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골프장들은 폰드 별로 초음파 수질정화기를 설치 운영하고 수초와 다슬기, 우렁이를 키우는 등의 친환경 방식의 정화를 실시한다. 베어크리크는 지열시스템과 공기 열 펌프 도입으로 화석연료 사용량 제로(0)를 실현해 탄소 배출량을 현격하게 줄였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한국잔디연구소 심규열 소장은 “학교운동장 면적의 잔디가 승용차 1만6,000~5만3,000대 분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는 공기정화와 32만대 분의 에어컨 역할을 한다”면서 “골프장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벗고 환경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업계는 끊임없이 연구,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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