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VC업계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 맏형 격인 쿠팡은 최근 유명 커머스 스타트업을 인수하려 시도했다 가격이 맞지 않아 중단했다. 쿠팡 투자개발실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 인수와 투자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 관계자는 “김범석 대표는 필요한 기술과 사람은 빠르게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스타트업 투자 검토를 굉장히 많이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영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로 매각된 여기어때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글로벌 사업 비전’을 발표하면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장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M&A 대상은 숙박과 액티비티, 컨시어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자사와 시너지가 가능한 사업군들이다.
전자책 1위 기업 리디북스는 최근 3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달 자금을 콘텐츠 스타트업 인수합병(M&A)에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도서 마케팅 서비스 디노먼트와 올해 IT 전문 뉴스서비스 아웃스탠딩을 인수했다.
비디오커머스 블랭크코퍼레이션 역시 스타트업 인수와 투자 물색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1,169억 원)이 2년 전의 3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급격한 외형 성장을 했지만 올해 들어 정체기에 들어서자 관련 기업 투자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티(Tea) 전문 스타트업 힛더티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유니콘 기업들의 스타트업 M&A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배달의민족은 4~5년 전부터 일찍이 정기배달 온라인 쇼핑몰 덤앤더머스, 반찬 정기배송 업체 더푸드 등 다양한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 확장을 꾀했다. 최근의 변화는 그 숫자와 투자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저금리와 정부의 벤처 육성책, 전세계적인 스타트업 투자붐이 불면서 많은 자금이 스타트업계로 흘러 들어가며 규모를 키웠다.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들은 빠른 투자 유치, 비즈니스 모델 확장 등 자신들의 성공 방정식을 후배 스타트업에 M&A라는 방식을 통해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스타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모델이 확보해 빠른 성장을 구가한 스타트업 중 지분 투자와 M&A를 통해 두 번째 도약 기회를 엿보는 곳들이 많다”며 “본업과 연관성이 높은 회사들을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VC업계에서도 유니콘 기업들의 활발한 M&A 움직임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회수 방법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수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은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한 대형 VC의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기술 기업들이 많다”며 “자사 투자 기업들의 엑시트(EXIT) 방법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M&A는 10%에 불과했는데 이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