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무역전쟁으로 미국 시장 확대가 여의치 않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유럽 공략을 위해 오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9’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은 IFA에 참여하는 전체 기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처음으로 개발 기조연설을 맡아 인공지능(AI) 등 화웨이가 그리는 미래상을 소개한다.
2일 기준 IFA 2019에 참가 등록한 전 세계 1,895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787개로 41.5%에 이른다. 이는 국내(90개)와 미국(99개)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IFA가 열리는 독일 현지 기업(340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중국 기업들은 IFA에서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발표할 예정이다. 화웨이의 경우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 990 칩셋을 발표한다. 기린990은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며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인 플래그십폰 ‘메이트 30’에 탑재된다. 화웨이 폴더블폰인 메이트X에도 탑재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IFA 무대에서 개막 기조연설도 맡는다. 기조연설은 AI와 5G 등 전자·정보기술(IT) 업계의 핵심 산업에 대한 전략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리처드 유 CEO는 지난 2017년 이후 3년 연속 기조연설을, 올해 처음 오프닝 기조연설을 담당하게 됐다.
옌스 하이테커 IFA 사장은 화웨이의 개막 기조연설과 관련해 “AI는 우리의 연결된 삶을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가 될 것”이라며 “리처드 유 CEO가 기조연설에서 궁극적인 모바일 AI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TV 제조업체로 알려진 TCL은 IFA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한다. 외신에 따르면 TCL은 상용화 전 단계인 폴더블 콘셉트폰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CL은 내년 3·4분기 중 폴더블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또 이번 IFA에서 후면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도 발표한다. T1이라는 명칭의 스마트폰은 TCL의 첫 번째 자체 브랜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TCL은 과거 인수했던 블랙베리와 알카텔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꾸준히 만들었지만 해외에서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중국 업체들이 IFA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보다는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18.8%로 삼성전자(40.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샤오미 역시 9.6%로 4위를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화웨이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며 “미국보다는 주요 무대인 유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