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인주차장서 인력 새로 뽑으라는게 말이 되나요"

볼멘소리 쏟아진 '8자리 차 번호판' 도입 첫날

민간주차장 30% 시스템 못갖춰

교체때까지 수동조작 인력 필요

운전자도 무인주차장 기피 늘듯

국토부 추가인력 채용독려 공문

자치구서도 "난감하다" 반응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인주차장을 운영하는 건데 차 번호판이 바뀌었다고 인력을 뽑으라고요?” (서울 시내 무인주차 업체 관계자)

승용차 번호판에 한 자리를 추가하는 ‘여덟 자리 번호판’이 도입된 2일 새로운 번호판에 맞춰 인식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업자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민간 주차장 중 30%는 아직 새로운 인식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 새 번호판을 받은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무인주차장을 피하거나 수동조작을 기다리는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지자체는 이날 오전9시부터 여덟 자리 번호판을 발부하기 시작했다. 용산구청에서는 오전부터 차량 번호판을 대리 수령해 신차에 부착하는 기사들이 새 번호판을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용산구에서만 오전 3시간 동안 총 15개의 번호판이 발급됐다.

2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한 시민이 새 자동차 번호판을 등록하고 있다. /권욱기자2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한 시민이 새 자동차 번호판을 등록하고 있다. /권욱기자



승용차 번호판이 바뀐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3년 만이다. 2004년 발부 지역명을 함께 표기하는 지역 번호판이 없어진 후 2006년 초록색 번호판이 흰색 바탕으로 바뀌었다. 지역 표기가 없어지면서 승용차 등록번호 용량(2,200만개)이 한계에 다다랐고 이달을 기점으로 숫자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등록 수용량은 2억개가 넘어 당분간 왼쪽에 홀로그램을 추가하는 교체 외의 추가계획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새 번호판은 자가용과 렌트카에만 적용되며 영업용 차량은 기존의 번호체계가 유지된다. 신차의 경우 무조건 여덟 자리 번호판을 받아야 하며 기존 차량 소유주는 새 번호판을 원하면 교체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달 14만~15만대의 새 번호판이 부여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아직도 민간 주차장 시스템 가운데 30%는 새 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날 새 번호판을 받은 시민들은 신차를 샀다는 기대감과 불편함에 대한 우려를 함께 토로했다. 이 모(43)씨는 “아파트에서는 외부 출입자가 많이 없어 새 번호판의 뒤 네 자리만 인식하기로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회사주차장은 시스템 변경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 한 달 정도 수동조작이 필요하다고 한다.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 9,510가구의 ‘신도시급 아파트단지’로 불린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주차장 내 번호판 인식 시스템이 아직 교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헬리오시티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스템 교체를 요구하니 그에 맞게 대응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 교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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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기업 건물, 대형마트는 경비원·주차관리원 등 상시 고용 인력이 있어 수동조작 시간을 기다리는 불편만 감수하면 된다. 서울시와 자치구 관계자는 “새 번호판을 단 차량 소유주는 당분간 무인주차장을 피해 다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공공 부문의 차량 인식 시스템 교체는 거의 완료됐지만 민간 부문의 비율이 떨어진 것은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공공 부문은 주차장 부지가 넓고 계약 업체는 적어 업체별로 한 번만 시스템을 바꾸면 많은 공공주차장에 한꺼번에 적용할 수 있지만 민간의 경우 관리 시스템 업체가 많아 한 주차장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게는 15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인주차장에서 인력을 투입해 수동으로 개폐기를 조작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가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하고 최저임금이 8,350원인 상황에서 주차장 관리 업체가 상비 인원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민간 주차장에 구 재정을 투입해서 시스템을 변경할 수는 없다”며 “알아서 바꾸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구 사이에서는 국토부가 ‘민간에 추가 인력 채용을 독려하라’는 공문을 보내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지난달 대중이용시설에는 신속한 출차를 위한 인력을 배치하고 유료 주차장에는 주차요금 정산을 위한 추가인력을 투입해 대응시킬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문서를 자치구에 보냈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무턱대고 사람을 채용하라고 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국토부가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변재현·이희조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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