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文케어·탈원전 불똥에…건보공단 부채비율 133%·한전 154%로 급증

[공공기관 부채 '스노볼']

■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39개 公기관 부채 2023년 479조→586조 전망

서부발전 등은 이자보상비율 1.0 아래로 떨어져

"공기업 부채 관리 안하면 미래세대 감당 힘들것"




국내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탈(脫)원전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포퓰리즘 정책’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을 부실기업으로 내모는 한편 세금 부담을 결국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올해 74%인 건강보험공단의 부채 비율은 오는 2023년 133%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올해 흉·복부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1~3인 상급병실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의 자본 규모는 지난해 22조7,000억원에서 올해 17조7,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부채 규모는 11조3,000억원에서 1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건보공단의 재정 건전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약 이행에만 매달리면서 부채 확대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부실 위기는 건보공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계열사의 부채는 지난해 114조2,000억원에서 올해 126조5,000억원으로 12조3,000억원 늘었다. 계열사를 제외한 한전의 부채 비율은 올해 112%에서 2023년 154%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한전의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탈원전 정책의 ‘총대’를 메고 구매 단가가 원자력보다 2~3배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12조1,600억원에 달했으나 2017년 4조9,532억원으로 급감한 후 지난해는 2,080억원의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여기에 원전 이용률 감소에 따른 손실분까지 떠안아야 하는 가운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 이후에는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한전의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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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공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재무 상태로 한때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국서부발전(0.9)·한국중부발전(0.7)·한국수력원자력(0.7)·한국지역난방공사(0.3)의 이자보상비율은 모두 1.0 밑으로 추락했다.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갚기 힘들 만큼 부실한 회사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자산 2조원이 넘는 39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2018년 479조원에서 2023년 586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은 167~170% 수준을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채 통계는 중앙·지방정부의 빚인 국가채무(D1)를 기본으로 삼는다. DI에 비영리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하면 공공 부문 부채(D3)가 된다. 국가채무처럼 공기업 부채도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문 부채는 유럽연합(EU)의 권고 수준인 60%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다만 기재부는 한전그룹사와 건보공단의 실적 악화를 부채 규모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증가 폭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비용으로 처리하던 운용 리스를 올해부터 자산 또는 부채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이 1.7%포인트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의 부채를 키우는 무리한 정책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 없이는 결과적으로 미래 세대의 자산을 빼앗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만한 경영으로 공기업 부채가 이렇게 늘어나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며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공기업 부채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나윤석·정순구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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