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는 광대들 이야기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광대패를 이끄는 리더이자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묘한 재주를 지닌 풍문조작단의 연출가 ‘덕호’ 역을 맡은 조진웅은 포용력 있는 리더십,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상대방을 쥐락펴락하는 말발까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매력을 뽐낸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조진웅은 “극 중 ‘아무리 굶어죽어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의미 없는 곳에 재주를 부리지 않는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바로 배우의 초심이 아닌가 싶었다. ”고 말했다. 그만큼 조진웅에게 ‘광대들’은 초심을 돌아보게 한 영화였다.
“대본을 읽고나서 저의 초심이랄까, 아니면 광대의 소신이랄까. 그런 마음을 되짚어보게 됐다. 영화 작업을 본격 시작한 지 13년 정도 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광대로서의 초심이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더라. 이번 영화를 통해 그걸 다시 짚고 싶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 5인에 대한 이야기다. 2012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한 김주호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광대’라는 말 자체, 그 광대들이 민심의 선봉에 선다는 소재가 좋아 영화에 참여했다. 원래 제목은 ‘조선공갈대’였다. 조진웅은 “제목이 ‘광대들’이라고 바뀐 이유는, 천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사고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였다. 이들은 삶에 대한 진정성과 진심이 있는 이들이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은, 시대와 맞닿아있다.
조진웅은 “덕호를 일깨워준 건 민심이고, 그들의 삶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며 영화가 가진 메시지에 공감을 표했다.
“누구에게나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의식이 있다. 윤리 의식이나 기본 개념이 있을 테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외면한다고 산다.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른척하며 외면하고 사는 것이다. 분명 이게 ‘정의’란 걸 알면서 내 코가 석자라, 어쩔 땐 귀찮기도 해서 외면한다. 덕호가 그걸 일깨워준다.”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진웅은 (손)현주 형, (박)희순이 형이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고 말했다. 윤박·김슬기·김민석 후배와의 작업도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라 내가 그 힘을 많이 받았다”며 “‘광대들’의 작업 과정도 즐거워서 그런지 애정이 간다”고 전했다.
2018년 ‘독전’‘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3연속 흥행에 성공했던 충무로의 대세 배우 조진웅. 그는 ’광대들‘ 촬영 중 금연을 선언했다. 연기하다 발성이 예전처럼 안된다는 충격을 받고, 금연을 한 지도 1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방해물에 의해 발성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했고 억울했다”고 표현했다. ’금연 선언‘과 함께 초심을 되새긴 그는 배우로서 여전히 보여줄 게 많다고 했다.
한편, ‘광대들’ 이후 조진웅은 10월에 개봉하는 새 영화 ‘퍼펙트맨’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이어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