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생존자’ 원작을 보고 내심 욕심이 났어요. ‘내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안이 와서 정말 좋았죠. ”
지난해 JTBC ‘미스티’로 어른 멜로의 열풍을 이끈 지진희는 이번 tvN ‘60일, 지정생존자’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 전작을 잊게 하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작품을 향한 진심과 열정 어린 연기로 ‘60일, 지정생존자’라는 인생작을 완성 한 것.
최근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난 지진희는 “현지화를 참 잘한 드라마이다”며 작가와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지진희는 지난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연출 유종선, 이하 ‘지정생존자’)에서 박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지진희는 2, 3년 전 원작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는 “‘지정생존자’라는 말을 그때 처음 알았고 이런 시스템이 있구나를 처음 알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하면 재밌겠다, 만약 한다면 배우는 누가 될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4부까지 대본을 보고 현지화를 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지진희는, 눈빛부터 화법까지 디테일하게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의 고뇌와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진희가 소화한 박무진은 극에서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이룬 인물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날부터 한반도 전쟁 위기, 총격 테러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갖은 시련을 겪으며 진정한 국가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박무진의 정직한 리더십은 감동과 희열의 여운을 더했다.
‘체중감량’이란 외적인 변화도 꾀했다. 감독이나 누가 제안해서 한 노력이 아니다. 지진희는 “대통령들의 임기 전과 후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니까 그분이 완전히 쭈글쭈글해지더라. 사진 딱 보는데 소름돋더라”고 털어놨다.
“내가 미처 알 수 없는 과정이 있었을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살을 계속 쭉 빼왔다. 처음보다 끝에서 박무진이 새까맣게 되고 살이 빠져 있을 거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싶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지진희는 “정치인이 해야 될 일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가치관을 밝혔다. 그의 가치관은 연기에 고스란히 그대로 투영됐다. 개인적 생각이 드라마에 들어가게 된다면 본연의 박무진 캐릭터가 흔들릴 수 있음을 미리 내다본 것. 그는 “박무진은 합리적이고 어떤 선택을 할 때 우선시되는 데이터를 믿고 가는 사람”임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 며 ”박무진은 누구도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야당과 여당, 반대되는 어느 편에 치우치면 문제가 생긴다고 봤다“고 소견을 전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진희는 1997년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30대엔 MBC ‘대장금’으로 배우로서 실력을 인정 받고, 40대엔 SBS ’애인있어요‘, JTBC ‘미스티’ 등에 출연하며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진희의 연기 비결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확신에 있었다. 그는 “나를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바로 그런 확신이다”고 말했다. 그런 확신을 기반으로 배우가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놓치지 않고 가고자 했다.
“‘이건 나야 나밖에 할 수 없어’라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함께 하는 배우들도 힘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계속 고통의 연속이자 힘듦의 연속이다. ‘이건 나만 할 수 있고 내 역할이야’ 하는 마음을 가지면 시작도 다르다. 촬영장을 가는 순간, 모든 순간들이 달라진다. 그게 배우가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박무진은 나야, 내가 곧 박무진이고’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뿐이었다. 그 마음을 가져가면 연기에 확신이 생긴다.”
지진희는 ‘지정생존자’가 조화로운 현장이어서 더욱 좋았다고 했다. 그에겐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낸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함께하는 다른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완벽하게 소화를 해줘서, 지금까지도 너무 고맙다. 이 작품은 박무진이라는 사람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성장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연기하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봤다. 모두가 아름답고 조화로운 현장을 만들어줘서 감사하고 고맙다.”
[사진=양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