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벤처 차등의결권 군불만 때선 안된다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차등의결권은 기업이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창업자나 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미국 등에서는 수많은 혁신기업이 이를 활용해 성장의 마중물이 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급성장한 혁신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이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정부는 이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최대 10주까지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차등의결권이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가 동의한 경우나 창업주 이외에는 상속·증여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가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인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벤처기업이 경영권 위협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됐다. ‘우아한 형제’ 등 유니콘 기업들의 IPO 추진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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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천이다. 차등의결권 도입 관련 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발의됐지만 1년이 넘도록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인데도 정부가 군불만 때고 있으면 기업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밀려 입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관계부처 협의는 물론 국회 통과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차등의결권이 더 이상 벤처기업에 희망고문이 돼서는 안 된다.

경영권 위협을 받는 것은 비단 벤처기업뿐이 아니다. 대기업들도 투기자본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참에 차등의결권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포이즌필 등 적대적 M&A 방어수단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경영권 편법승계 우려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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