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모펀드(PEF)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뒤집을 만할 결정적 ‘한방’을 내놓지 못해 PEF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는 이날 가족이 공동 투자한 PEF인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와 이 펀드 운영사인 코링크PE에 대해 “이 펀드는 ‘블라인드펀드’이고 이에 따라 코링크도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에 투자처를 알지 못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법학자 출신이라 펀드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이번 사태 이후에야 펀드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거론된 조 후보자 펀드에 관한 의혹은 크게 나눠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코링크PE와 블루펀드가 조 후보자 일가의 사실상 사금고 아니냐는 의혹이다. 펀드 운용사를 제외한 블루펀드 출자자 6명 전원이 조 후보자의 가족들인 것으로 확인됐고 코링크 역시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총괄대표로 있으면서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가족들이 출자자로 있다고 해서 이 자체에 직접적 법 위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블루펀드가 2017년 결성된 후 각종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블루펀드 전체 투자금 14억원 중 13억8,000만원이 흘러 들어간 신호등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는 2018년부터 관급공사를 집중 수주하면서 매출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불렸다. 또 웰스씨앤티가 코링크의 또 다른 투자회사인 상장사 ‘WFM’과 합병해 우회 상장한 뒤 시세 차익을 노리려고 했다는 정황도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최근에는 웰스씨앤티가 투자한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수주 컨소시엄에 전직 여권 보좌관 등이 대표와 주주로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조 후보자가 웰스씨앤티 수주 및 투자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5촌 조카의 위법 투자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이 같은 핵심 의혹에 대해 “전혀 아는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코링크에 대한 투자는 부인인 정경심씨가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부인 스스로도 상당한 재산을 장인에게 상속받아 자산이 있기 때문에 투자 진행 과정에 본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블루펀드가 블라인드펀드이기 때문에 매 분기 운용보고서에도 웰스씨앤티 등의 투자회사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검찰 수사에서 조 후보자 또는 그 아내가 코링크로부터 자세한 투자 내역을 보고 받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투자 현황을 보고받았다면 사실상 조 후보자 일가의 직접투자가 된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명목상 블라인드펀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1인 출자자에게 투자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게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이밖에 블루펀드가 조 후보자 자녀를 위한 편법증여의 통로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 펀드는 출자자가 약정금액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5%의 지연이자를 물고 이후 출자금의 50%를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정씨가 고의로 출자를 포기하면 다른 출자자인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후보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편법증여는 포괄주의 법 개정에 따라 불가능하고 정관이 자본시장법에 반하는지 여부는 금융감독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2004년 법 개정을 통해 자녀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재산상 이익을 주면 포괄적인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들어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IB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신고 의무가 없는 블라인드펀드의 특성상 국세청이 출자자 변동을 일일이 알아내기 힘들어 증여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