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가 7일(현지시간)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필립스 감독은 베네치아 인근 리도섬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 함께 수상 무대에 오른 주연배우 호아킨 피닉스에게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을 신뢰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피닉스 없이 이 영화는 있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이 영화는 DC 히어로의 영웅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연약한 외톨이에서 확신에 찬 악당으로 변모해가는 악의 기원을 다룬 반(反)영웅 작품이다.
은사자상은 ‘장교와 스파이’(An Officer and a Spy)로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화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당시 13세였던 모델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고, 이듬해 혐의를 인정한 뒤 프랑스로 달아나 사실상 도피 생활 중이다. 폴란스키의 과거사 때문에 ‘장교와 스파이’가 후보작 21편에 포함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지만 영화제측은 사람이 아닌 영화만 놓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인 에마뉘엘 세니에르는 남편을 대신해 수상한 뒤 “우리가 이겼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또 한번 논란을 야기했다.
남우주연상은 ‘마르틴 에덴’에 출연한 이탈리아 배우 루카 마리넬리, 여우주연상은 프랑스 드라마 ‘글로리아 문디’에 출연한 아리안 아스카리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두 배우는 수상 소감에서 현안인 난민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아스카리드는 “지중해 바닥에 영원히 잠든 이들을 위해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마리넬리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망 온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다로 간 훌륭한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스웨덴 출신의 로이 앤더슨 감독은 잔혹성과 친절함에 대한 단편을 모은 ‘어바웃 엔드리스니스’로 감독상을 받았다. 최우수 각본상은 홍콩 독립영화의 대부로 꼽히는 욘판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넘버 세븐 체리 레인’이 차지했다. 1967년 홍콩을 그린 이 영화의 수상에 욘판 감독은 자신에게 창의의 자유를 준 홍콩에 감사를 표했다. 반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애드 아스트라’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메릴 스트리프가 출연한 영화 ‘더 랜드로맷’은 수상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