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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하선,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배우로 보였으면...”

‘오세연’의 슬로건처럼 “서서히 깊숙이 스며든 작품”

“최선을 넘어 최고를 보여주기 위해 죽을 힘 다해”

“앞으로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 번씩 생각날 것 같네요” 3년만의 안방극장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하선의 얼굴엔 뿌듯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박하선은 “오랜만에 후유증이 큰 작품을 한 것 같다” 며 “평생 기억에 남을 드라마이다”고 벅찬 종영 소감을 전했다.

최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이하 ‘오세연’)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하선(32)은 최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열린 종영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오세연’ 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다. ‘오세연’은 사랑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명품 멜로’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하선은 ‘오세연’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멜로 감성을 선보였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남편 진창국(정상훈 분)과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결혼 5년차 주부 손지은 역을 연기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던 주부가 금기된 사랑에 빠지며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과정을 몰입도 높게 그려내 마니아 층의 응원 역시 이어졌다.

3년 만의 공백 동안 결혼과 출산 등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그는 오히려 일을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고 고백했다. 엄마로 돌아온 박하선은 한층 여유 있는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는 “‘오세연’은 인생작을 넘어 평생작으로 남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주는 사랑, 소중함을 많이 배워간다. 무엇보다 함께한 스태프, 배우들도 너무 좋았고 이런 팀은 다시 없지 않을까 싶다. 후유증이 오랫동안 갈 것 같다”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작품의 슬로건처럼 서서히 깊숙이 스며들다는 의미가 뭔지를 제대로 알게 된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이 0%대를 기록했고, 이후 최고 시청률 2.5%(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비록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모두가 진심을 담아 연기했고, 시청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 했기 때문이다.

“ 1회 시청률은 0.9%였다. 0%대에서 출발해서 2%대까지 오른 거다. 게다가 채널A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점점 오른 것도 엄청난 발전이고 성과라고 생각한다. 첫 회 시청률이 0%대가 나왔는데도 다들 ‘오를 거예요’라며 대책 없이 긍정적이었던 팀이다. 다만 아쉬운 건 3%를 넘겼어야 포상 휴가를 갈 수 있었는데 못 가게 됐다는 것 정도 아닐까.”

“뻔하지 않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연기고자 했다”는 박하선은 “최선을 넘어 최고를 보여주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박하선♥이상엽‘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박하선♥이상엽


박하선은 “제가 손지은이란 인물에 많은 공감을 했다. 그래서 저의 평소 모습을 살린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면서 “장면도 장면이지만 내레이션, 대사들이 굉장히 사무쳤던 것 같다. 너무 울컥해서 내레이션 따기가 힘들었던 적도 많다”고 밝혔다.


박하선은 불륜 소재를 다룬 작품을 하며 여러 고민이 앞섰지만, ‘불륜 조장 드라마가 아니다’는 점에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그렇기에 ‘불륜을 하자’고 말하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했다.



“ ‘불륜이 하고 싶니? 그럼 내가 대신 가줄게. 이렇게 망가지고, 처절해지고, 죽을 만큼 힘들어질 거야’라고 말해주는 작품이다. 물론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불륜을 조장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희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다. 불륜이라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고, 너무 자극적인 쪽으로만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세연’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혼시대,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울림도 컸다. 박하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왜 그걸 모를까 싶었다”고 말했다.

“남자분들도 보고 많이 반성하셨다 하더라. 결혼했다고, 이미 잡은 사람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남편과 아내의 서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남편(류수영)도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게 많은 것 같았다. 저한테 한 번은 ‘생각보다 네가 되게 젊고 예쁘구나’라고 하더라. 사실 영상이 예쁘게 나오긴 했다(웃음). 촬영감독님이 제가 예쁘게 나오는 각만 잡아주셨다. 많은 남편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 아내가 이렇게 예뻤네’라고 다시금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하선은 2005년 SBS TV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해 데뷔 14년차 배우가 됐다. 3년 전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후 성숙한 30대로 컴백했다. 박하선은 3년의 공백기가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쉬면서 쌓은 소중한 경험들이 배우의 자산이 됐다. 선배 배우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20대 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온 작품들을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일한 것 같다. 예전에는 촬영 갈 때 끌려가듯 나왔는데, 요즘에는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면서 상쾌하게 일어나게 된다. 배우는 사람을 이해하는 직업이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다. 그동안 저를 예민하게 가뒀다면 무장 해제한 느낌이다. ‘불륜’이 개인적으로 싫더라도 이해를 해야 하듯이 말이다. ‘오세연’을 통해 연기적으로 폭이 넓어지고, 많이 열린 것 같다. ”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배우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박하선. 그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및 출산의 경험 등이 배우로서 핸디캡이 되는 상황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이혼녀든 불륜녀든 유부녀든 ‘우린 미혼 배우와 하고 싶다’는 업계 분위기가 있다. 최종 캐스팅까지 갔다가 안 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감독님께서는 ‘당신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가 없었다면 당신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울컥했다. 그 말에 정말 감동했다. 정말 최고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했다. 5개월 반이라는 시간 동안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

3년 공백기 끝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박하선은 열일을 예고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되돌아볼 자신만의 작품이 많이 생기는 걸 원하기 때문이다.

“‘다작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제가 죽을 때 묘비에 ‘배우 박하선’이라고 당당하게 남기고 싶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뻔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진=키이스트]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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