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52시간제 시행 대상인 대기업이 많이 몰린 광화문에서는 줄어든 근무시간이 40분에 육박했다. 직장인들의 소비지출도 유흥업, 저녁 급식에서 스포츠·레저·문화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고용노동부는 11일 KT, 비씨카드에 의뢰해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 등 4개 지역 직장인의 근무시간, 출퇴근 시각과 소비지출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근무시간 분석은 주52시간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3~5월과 시행 후인 올해 3~5월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한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신호가 잡힌 휴대전화 이용자가 분석 대상이었다. 소비지출 변화는 2017년 8월부터 작년 5월, 지난해 8월에서 올해 5월 사이의 비씨카드 이용액을 비교했다.
결과를 보면 주52시간제 시행 후 4개 지역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일평균 13.5분 줄었다. 특히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에서는 39.2분 줄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금융업종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와 정보기술(IT) 업종 대기업이 많은 판교는 각각 9.9분, 9.7분 줄었다. 다만 가산디지털단지에선 근무시간이 0.6분 늘었다. 아직 주52시간제를 적용 받지 않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특성 탓으로 풀이된다.
전 연령대에서 근무시간이 10분 이상 줄어든 가운데 특히 업무량이 많은 40대의 근무 시간 감소 폭이 15.8분으로 가장 컸다. 이어 30대(14.1분), 20대(11.8분), 50대(10.2분) 순이었다. 그 중에서 20대와 30대는 모든 지역에서 근무시간이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가산디지털단지에서도 20·30대는 줄었다.
소비지출의 경우 4개 지역의 카드 이용액을 분석해 보니 헬스클럽, 테니스, 수영, 볼링 등 스포츠·레저 업종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의도에선 이용액이 103.5% 급증했다. 판교에서는 여행 업종 이용액이 93.8% 증가했고 광화문에서는 여행 업종 이용액이 56.5% 늘었다. 가산디지털단지는 학원 업종 이용액이 84.0% 증가했다. 반면 직장 인근 유흥 업종 이용액은 감소했다. 판교와 광화문에서 특히 각각 18.4%, 9.3% 줄어들어 그 폭이 컸다. 여의도의 경우 야근이 줄어 저녁 급식을 먹지 않음에 따라 위탁 급식 업종 이용액이 64.8% 급감했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이후 직장인의 근무 시간 감소 경향과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행동 변화가 유의미하게 관찰됐다”며 “근로 시간 감소로 인한 여유 시간을 여가와 자기 계발 등을 위해 사용하는 등 생활 유형 변화가 소비 행태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