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생일편지’는 일제강점기 말미부터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까지,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인 우리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청춘 시절을 재조명하고 있는 드라마다. 함성민은 극중 강제 징용에 끌려온 14세 소년 주근깨 역을 연기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선사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1945년, 주근깨는 어린 나이에 히로시마 강제 징용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순박한 미소를 잃지 않는 인물로 등장했다. 주근깨는 각자의 사연으로 히로시마에 오게 된 김무길(송건희), 조함덕(고건한)에게 이곳이 무더기로 동포들이 깔려 죽어나가는 탄광보다 나은 곳이라며 먼저 말을 걸었고 그 계기로 두 사람과 의리를 나눴다.
주근깨는 무길과 함덕에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알려주며 고철을 주우러 함께 가기도 하고, 무길과 함덕이 일본군에게 구타를 당하자 자신이 모아둔 그 고철들로 찜질 얼음을 구해 두 사람에게 건네기도 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훈련 중 무길은 얼굴이 노랗게 뜬 주근깨를 걱정했지만 주근깨는 설사병이라며 지나쳤고 고된 노동과 훈련 속에서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강제 징용이라는 고난 속 어린 소년의 순박함, 이어 가슴 아픔 죽음을 보여준 주근깨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그린 ‘생일편지’ 속에서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주근깨 역을 맡은 함성민은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까지 하는 연기 열정을 보여줬으며 그만큼 현실감 넘치고 안정감 있게 캐릭터를 소화해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함성민은 드라마 ‘기억’, ‘도깨비’, ‘터널’,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최근 드라마 ‘보이스 3’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 표현수를, ‘의사요한’에서는 스무 살의 말기 암 환자 윤성규를 연이어 연기하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연기력과 표현력으로 존재감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