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드론에 피폭된 사우디 최대 석유시설

“산유량 절반 차질” 국제원유 시장 불안

트럼프-사우디 왕세자 긴급 통화로 상황 공유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시설 위치(붉은점)/AFP연합뉴스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시설 위치(붉은점)/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이 14일(현지시간) 새벽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큰 피해를 봤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불안해 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멘 반군은 이날 무인기 10대로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에 몰린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항이나 국내 정유시설로 보내는 시설이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을 통해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 정도다.


이번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단지가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나게 됐다. 서방보다 기술력이 낮고 저렴한 예멘 반군의 무인기가 사우디 영공을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러 무려 1,000㎞를 날아와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했는데도 사실상 무방비였다.

에너지 분석가 존 켐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무인기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시설이 사우디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지라는 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단 한 곳의 가동 중단으로 하루에 원유 수백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에너지 시장 컨설팅회사 라피단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아브카이크 시설은 2006년 2월에도 알카에다가 차량폭탄으로 공격한 곳”이라며 “이곳은 사우디를 적대하는 세력의 최우선 표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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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당한 석유시설의 규모와 비중이 워낙 커 국제 유가 시장이 불안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동의 지정학이 복수심을 안고 돌아와 원유 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모두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피해가 커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원유 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 산업의 기간시설을 공격당한 사우디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로 “테러분자(예멘 반군)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예멘 반군도 “적들이 더 뼈아픈 작전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와 미국이 예멘 반군의 후원자로 이란을 지목하는 만큼 미국 진영은 이날 공격을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군사 위협이라고 규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이란 제재가 일부 해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졌으나 이번 공격으로 가능성이 다시 낮아지게 됐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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