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너무 깐깐한 특별연장근로...출장 접는 장애인

요건 '재해·재난'으로만 묶여

장애학생 동행 보조근무 불승인

집회때 방호·주문 급증도 외면

경영계 시행규칙 변경 요구에

정부선 "노동계 반대로 어렵다"

연장근로 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집회로 인한 방호나 장애인 도우미 인력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인 요건이 재해·재난으로만 묶여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시행규칙만 변경하면 된다”며 수정을 요구하지만 노동계의 반대 속에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특별연장근로 사례를 보면 △집회 발생에 따른 공공청사 방호 △발주처의 주문량 증가 △특수학생의 수련활동(2박 3일) 참가로 인한 활동보조인력 등이 모두 불승인 처리됐다. 근로기준법과 시행규칙이 특별연장근로의 승인 요건을 ‘자연재해 또는 재난’으로 묶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3조는 특별연장근로의 요건을 ‘특별한 사정’으로만 규정하고 정부는 시행규칙을 통해 이를 ‘자연재해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로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다.


척수장애인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김소영 서울시의회 의원(바른미래당·비례)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활동보조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인들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동행하는 활동보조사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특수학생이 수련활동을 2박 3일간 가면 활동보조사는 최대 72시간의 근로를 해야 하므로 주 52시간 근로제에 저촉된다. 김 의원은 “나 같은 경우에도 출장을 가기가 어렵다”며 “활동보조 서비스는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예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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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지자체도 2주 단위 탄력근로제(서울), 휴게 시간의 근로시간 불인정(대전) 등 청원경찰의 근무 일정을 주 52시간 근로제에 가까스로 맞춘 상황에서 불시에 발생하는 집회에는 공무원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로 청원경찰의 야간 당직을 없애 오전9시~오후10시까지만 근무한다”며 “이전에는 공무원과 당직을 같이 섰지만 지금은 일반 공무원만 담당한다. 기습적인 집회 관리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현재 23명인 청원경찰을 28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1815A26 특별연장근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후 특별연장근로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승인 건수는 지난 2017년 15건에서 지난해 204건으로 폭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승인 건수는 지난달까지 총 286건으로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지만 재해·재난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에 1·2월 77건, 7·8월 123건으로 계절별 쏠림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재계는 현실을 고려해 특별연장근로의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자연재해·재난 등에만 한정돼 있는 특별연장근로 사유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확대할 수 있어 당장 유연근로제 확대가 절실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계의 반대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최근 유연근로제 확대 얘기가 나온다. 어렵게 노동시간 단축을 이뤘는데 과로사하는 곳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추가 유연근로제 확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지난달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임 의원은 “탄력근로제는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주기가 분명한 경우에 적합하다”며 “예상치 못한 연장근로 필요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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