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오랜 연구개발 끝에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소재·부품을 거의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탓에 대부분의 이익이 해외 업체로 가는 것을 보고 소재 산업이야말로 국내 산업발전의 관건이자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영역임을 직감했습니다”
1982년 설립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전문 중견기업 덕산그룹이 지난 7월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규제 이후 주목받고 있다. 한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의 아성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소재 국산화에 매진해 온 덕산의 가능성에 더 큰 기대감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덕산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전문회사인 덕산하이메탈, 덕산네오룩스, 덕산테코피아를 비롯한 7개 회사로 구성된 그룹으로, 이들 핵심 3개사의 연구 개발(R&D) 인력만 전체의 35%에 달하는 기술 중심 기업이다. 이들 주요 3사의 특허 출원건수는 1,279건, 특허 등록건수는 393건으로 10년 동안 각각 10배 넘게 급증하는 등 소재 분야 R&D 실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덕산 하이메탈은 TV나 휴대폰 디스플레이 전면에 쓰이는 도전성 필름(ACF)에 쓰이는 핵심소재인 도전볼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소재는 일본의 대기업에서 삼성, LG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일본의 차기 규제대상 후보로 꼽히는 품목이다. 또 현재 일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소재인 솔더페이스트와 솔더플럭스, EMI 차폐소재 등 신규소재 연구개발에 진행하고 있다. 덕산하이메탈은 일본에 전량 의존하던 반도체 패키징 소재인 솔더볼을 이미 20년 전 국산화해 현재 국내시장 1위, 세계시장 2위로 키워내기도 했다.
지난달 코스닥에 신규상장 한 덕산테코피아는 반도체 전공정 소재 및 OLED 디스플레이의 중간재 소재 전문 회사로 반도체 박막형성용 증착소재인 HCDS(Hexachloro Disilane)와 OLED 발광소재의 전공정인 중간체 소재를 주력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덕산테코피아는 반도체 직접소재인 HCDS의 완전 국산화에 최초 성공한 업체로 주목받았다. 주로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국내에서는 마지막 공정만 거쳐서 공급했으나 국내 최초로 자체 합성, 정제에 성공함으로써 업계 최초로 완전 국산화를 이룩한 것이다.
2015년 OLED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덕산네오룩스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세계 OLED 소재시장의 한국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덕산의 도전에는 창업 초기부터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기업 덕산’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연구 개발에 매진해 온 그룹의 창업정신이 자리한다. 미래산업의 기초가 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산업에서 유독 외국 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와 신념으로 35년 이상 도전해 왔다는 것이다.
이준호 덕산그룹회장은 “대외적인 위기, 경기 침체 등과 급변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 시장 흐름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를 기반으로 현재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분야의 국산화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