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의 핵심은 생산가능인구를 대폭 확충해 안정적인 일자리 수급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정년연장 유도, 고령자 고용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외국인 근로자 유치 방안 등 상당수 정책이 이러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인구구조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정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시급한 노동 유연성 확보 대책은 쏙 빠져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부담만 더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와 ‘해외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됐다. 계속고용제도 도입 검토(2022년 이후), 고령자 고용 기업을 위한 장려금 신설(2020년) 등이 모두 퇴직 후 재취업 활성화와 관련한 정책들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오는 2033년 65세로 올라가는 만큼 여러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실질적인 정년연장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55세 이상 장년 근로자가 퇴직 또는 재취업 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했을 때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15~25시간으로 줄인 경우 사업주에 최대 월 4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해외 인력을 유치하는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우선 학력 수준이 높은 외국 인력을 국내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한다.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장기 체류나 가족 동반입국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또 인구 감소 지역을 거주지로 택할 경우 장기비자 취득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지난 7월 기준으로 48.6%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전문 인력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대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민정책연구원에 ‘아시아 인적교류 연구센터’를 설치하고 관련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외국인 유입 규모를 추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은 법을 위반한 외국인에게는 체류 연장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 생활 기반이 형성돼 있다면 질서유지 부담금만 부과하고 체류는 연장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숙련 외국인 근로자에게 출국 뒤 재입국을 허용하는 제한 기간도 현행 3개월보다 단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정책이 ‘노동시장 양극화’라는 근본 문제에는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고 꼬집고 있다. 고령자 취업을 유도해 정년을 늘리는 방안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라는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를 보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강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은 연공서열 완화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보급,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 등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꺼릴 만큼 경직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해서 정년연장을 유도한다고 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확충 외에 △인구 감소 충격 △고령인구 증가 △복지지출 증가 등에 대한 정책들도 10월까지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앞으로 공개되는 방안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임용 규모 축소, 간부 중심의 병력구조 개편과 귀화자 병역 의무화, 노인 기준 연령의 조정 검토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 거주 비중이 높은 다세대 연립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하고 노후 준비를 위한 주택연금 가입조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교원 수급과 군 인력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차원”이라며 “모병제 도입이나 이민청 설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