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를 만나 ‘스마트 시티’ 건설 등과 관련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삼성의 미래’에 대한 갖가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나 건설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회동에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도 배석해 현지 인프라 사업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올 6월 방한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와 만나 투자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바 있는 만큼 이번 회동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방문한 뒤 현지에 머무르며 향후 사업 전략 등에 대해 고심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장기 성장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네옴 메가시티 건설 △홍해 관광지 육성 프로젝트 △제다 타워 건설 프로젝트 △리야드 지하철 건설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가구의 90%가량이 5세대(5G) 통신망을 사용하도록 하고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 비중을 80%까지 늘리는 등 디지털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5G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스마트폰·메모리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데다 그룹사인 삼성물산(건설), 삼성SDS(ICT 인프라), 삼성SDI(006400)(전기차 배터리) 등과의 협업도 가능한 만큼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기업공개(IPO)와 관한 이야기도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아람코가 올해 말이나 내년께 상장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1조500억달러)의 2배 수준인 2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 지분 5%가량을 시장에 매각할 계획인 만큼 최소 1,000억달러 이상이 인프라 건설 작업에 추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인프라 관련 사업을 위해서는 약 8,2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최근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테러로 어느 때보다 바쁜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ICT 분야의 최고 업체인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