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경기둔화·자산시장 하락국면...안전한 국채·금·고배당주 주목을

[머니+ 글로벌 포트폴리오 가이드]

디레버리징 시대 대비하자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美 비금융 기업부채율 GDP 47%로 올라 금융위기 수준

최장 123개월 경기확장 불구 '투자시장 겨울' 경계할때

국채·고배당주 늘리고 귀금속도 포트폴리오 편입하길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투자전략들 중 가장 일반적인 하나가 모멘텀 전략이다. 탄성, 혹은 가속도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상승하는 종목은 더 상승하고 하락하는 종목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모멘텀 전략과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보이는 전략이 바로컨트래리언(contrarian) 전략이다. 컨트래리안 전략은 자산가격이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한다는 가정을 근거로 삼는다. 이에 따라 많이 상승한 종목은 매도하고 하락한 종목은 매수한다는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본다. 완전히 대비되는 두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라고 볼 문제는 아니다. 시장국면과 기준에 따라 각 전략들의 퍼포먼스는 순환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금융시계열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변동성의 군집성 특징 때문에 모멘텀 전략이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더 흔하지만 대신 컨트래리안 전략은 국면 전환 시점에서 단기간에 큰 폭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모멘텀 전략은 매매과정에서뿐 아니라 시장을 인식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투자자의 판단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면 서브프라임 부실이 시장의 심각한 이슈로 부상했던 2007년 중반 당시 이를 바라보던 업계의 시각은 의외로 낙관적이었다. 2007년 8월 미 연준은 FOMC의사록을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향후 수 분기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에 앞서 7월에는 월가의 주요 CEO들이 일제히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 중에는 리만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의 CEO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다시피 그로부터 1년 후 글로벌 시장은 재앙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많은 지표가 한계상황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판단력은 직전 수 년 동안의 일명 골디락스 경제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대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2월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지만 분석가들은 여전히 사태의 추가적인 악화를 전망하기만 했을 뿐이다.


경기확장과 둔화과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는 부채비율이다. 경제는 레버리지와 함께 성장하고 이 레버리지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 디레버리징으로 전환되며 수축한다. 금융자산에 의한 한계수익이 조달비용보다 우위에 있는 구간에서는 지속적으로 차입이 늘어나고 경제도 성장하지만 비용이 수익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자산가격은 하락하고 경기는 후퇴할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장단기금리차이다. 경제성장률에 수렴하는 속성을 지닌 장기금리보다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단기금리가 더 높아지는 시점, 즉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되는 그 시점을 위기의 징후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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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은 어느 위치에 와있을까. 공식적으로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확장은 현재 123개월째 지속되며 역사상 최장기록에 도달했다. 미국의 비금융 기업부채비율은 GDP 대비 47%까지 상승해 2007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점점 구체화되면서 생산, 투자, 물가지표가 일제히 부진하고 심리지표인 PMI 역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장단기금리차의 역전이 이번 8월에 발생했다. 2007년 6월 이후 12년 만이다.

이 시점에서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일까.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전망은 긍정적이고 자산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 행여 우리의 판단력이 지난 수 년 동안의 좋았던 기억에 편향된 결과는 아닐까. 경기는 확장과 수축국면 사이를 순환하는 사이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래는 물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자산가격 하락을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디레버리징이 현실화되는 순간이 투자시장의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이 실제로 조정에 직면한다 해도 너무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변동성 국면에서도 리스크를 회피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어적 전략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안전자산인 국채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경기가 회복해서 물가가 반등하기 전까지 시장금리는 하락하게 될 것이고 금리와 반비례하는 채권가격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주식투자를 한다면 저변동, 고배당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 이들 종목은 증시가 상승할 때는 주가지수의 상승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반대로 하락국면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높은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귀금속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증시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는 때 금과 은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 국면의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대체로 낙관론이 만연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비관론에 빠져들 필요는 없지만 모멘텀 전략과 컨트래리언 전략이 왜 오랫동안 공존해왔는지를 생각해 볼 시기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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