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손실을 본 투자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 행장은 이날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펀드 손실과 관련해 고통을 겪는 고객들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진행할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손 행장은 특히 고객 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금감원은 오는 10월 초 국회 국정감사 이전에 1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르면 10월 말께 본격적으로 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은 중도 환매 투자자의 분쟁조정 신청 건을 중심으로 1차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이 위험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층에 원금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손실액의 최대 70%까지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다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금융권 안팎에서는 배상 비율이 50% 내외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체계를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임직원 성과평가제도(KPI)를 고객서비스 만족도와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이제까지는 수수료 수익을 많이 올릴수록 KPI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도록 돼 있어 은행이 직원의 무분별한 영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았다.
고객별로 보유한 투자 상품 전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 조직도 신설한다. 상품 수익률이 위험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이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에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의 경우 이미 수익률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뒤에도 손실률이 커질 때까지 은행이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아 문제가 됐다.
손 행장은 “이번 일을 교훈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문화를 혁신해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