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여중생들이 초등학생 1명을 집단 폭행하는 영상이 SNS에 퍼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 정보가 SNS에 무분별하게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이름·SNS 계정 등 신상 공개를 넘어 ‘나체 사진’까지 거래하는 등 일부 도 넘는 행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페이스북 한 유명 페이지에는 ‘노래방 폭행사건 가해자 명단 박제’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청소년들의 개인정보와 사진, SNS 계정 주소가 포함돼 있었다. 글 작성자는 이들과 나눈 것으로 알려진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이들은 ‘반성하느냐.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이냐’라는 물음에 ‘그냥 때렸고 사과할 생각도 없다’고 답하는가 하면 ‘보호관찰이나 교육만 받으면 된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여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글은 2,600번 넘게 공유되며 SNS에 퍼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SNS 계정을 없애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일부 네티즌은 가해자로 알려진 이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해 ‘전화 테러’를 유도하고 있다. 가해자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욕을 하고 끊는 등 괴롭히는 방식이다. 또한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은 가해자 추정 인물의 얼굴 사진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가 하면, 이들을 ‘룸살롱’이라 칭하고 성매매 여성으로 비유하는 등 성희롱까지 난무하고 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나체 사진도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채 거래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가해자) 영상 4개, 사진 8개 있다. 만 원에 판다’, ‘친구 추가하고 페이지 팔로우하면 보내주겠다. 메시지 달라’는 댓글이 올라와 있다. 가해자 추정 학생 중 한 학생의 과거 나체 사진과 영상 촬영본이 있는데 이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범죄자들을 향한 ‘SNS 공개처형’을 두고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SNS가 활발해지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힌 반면 다수 여론은 “SNS를 악용한, 도 넘은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미성년자에게 행하는 이러한 일들도 정당화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백 번 용서를 구해야 하고 처벌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면서도 “미성년자로 알려진 여성의 나체사진을 거래하고 이들의 신체를 품평하는 등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는 “SNS를 통해 이번 사건이 공론화된 것은 SNS의 순기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10~20대를 향한 ‘SNS 공개처형’은 과거에도 활발했다. 지난 6월 어린 부부가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하고 숨지게 해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SNS 내 각종 유명 페이지에서는 부부의 이름, 얼굴, 페이스북 계정 주소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은 SNS 계정에 아이와 잘 지내고 있는 듯한 사진을 올리면서도 매일 집을 비우고 유흥을 즐기는 모습을 올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에도 네티즌들은 이들의 계정에 들어가 온갖 욕을 하는가 하면 사진을 모자이크 등 처리 없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SNS 수배’와 ‘SNS 공개처형’은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7월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발생한 운전자 보복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의 SNS 수배로 가해자를 빠르게 검거할 수 있었지만 가해자는 “본인 얼굴이 무단 공개됐다”며 피해 여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처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욕설을 했을 경우 모욕죄도 성립될 수 있는데 형법에 따르면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이 가능하다.
한편 경기 수원 서부경찰서는 이날 “폭행 혐의로 중학생 A 양 등 다수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나이가 어린 피해자 B 양이 반말했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부상 정도에 따라 혐의를 상해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 양 등을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하루 만에 16만 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