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규제가 누른 강남 분양가...현금부자들만 '청약잔치'

시세차익 수억원 강남 단지들

13억 쥐어야 도전 가능하지만

경쟁률 수백대 1까지 치솟아




“주변 시세에 비해 1~2억원 정도도 아니고 5억원 이상 싸게 나오는데 어지간한 ‘현금부자’가 아니면 도전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시세차익 5억원 이상을 보장해놓고 특정 계층만 도전할 수 있게 한 것은 지나치게 불합리한 것 아닙니까.”(성동구 거주 50대 A씨)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이 갈수록 현금부자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정부의 잇단 가격 규제로 시세 보다 수 억원 저렴한 아파트가 나오지만 정작 대출은 꽁꽁 옥죄어 놓은 탓에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는 도전도 못해 보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현금 부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4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는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이 최소 6억원 이상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750만원 수준인데 주변 시세인 5,500만~6,00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15억 5,300만~16억 6,400만원인데 인근 신축급 아파트 가격이 21억~23억원에 달하고 있어 시세차익만 최소 6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신축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차익이 1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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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단지는 분양가 9억원을 훌쩍 넘긴 탓에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계약금·중도금 등 전체 비용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을 최소 13억원 이상 들고 있어야 청약 도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분양한 다른 강남 단지들도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달 롯데건설이 분양한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일반분양 429가구에 2만 3,565명이 몰리면서 54.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공급된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89가구에 1만 8,134가구가 몰려 무려 203.75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서초구 ‘서초 그랑자이’(42.63대 1),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16.06대 1), 송파구 ‘위례리슈빌’(70.16대 1) 등도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한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현금 부자들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중도금 대출 제한 탓에 9억원 이상 높은 분양가가 형성된 강남 청약 시장은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도전하기 어렵다”며 “대출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래미안 라클래시’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20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이 ‘래미안 라클래시’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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