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 이어 1년여 만에 경기도 김포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49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화재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안전관리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김포시 풍무동의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중인 환자 김모(90·여)씨와 이모(86·남) 씨 2명이 숨졌다. 또 연기 흡입으로 8명이 중상, 39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12곳의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9시3분께 발생해 50여분 만에 진압됐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814㎡(4,481평) 규모다. 요양병원은 이 건물 4층을 사용했으며 화재 당시 입원한 환자는 132명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51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연기를 빼내기 위해 병원 창문을 깬 뒤 이날 오전10시5분께 환자들을 모두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이번 화재는 건물 전기가 차단되자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탱크 밸브를 열다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전9시쯤 건물 전기안전공사로 전기가 차단됐다”며 “의료용 산소가 공급되지 않자 병원 측이 4층 보일러실에 있던 의료용 산소탱크 밸브를 수동으로 열다가 점화돼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때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연기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환자들이 큰 피해를 당했다. 보일러실과 가까운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던 김씨와 이씨는 연기를 흡입한데다 이송 도중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포보건소 관계자는 “입원환자 대부분이 70~80대이고 중상자들도 구조 도중 산소 투입이 제대로 안 돼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화재현장에 있던 이 병원 간병인 박모(70)씨는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연기가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의 코를 휴지로 막고 필사적으로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추후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병원에 불법시설물을 설치했는지, 스프링클러 등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김포=한동훈·김정욱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