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유명한 영국 기네스(Guiness) 가문의 후손이 TV 드라마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국내에선 바이오 투자 이력이 있었지만 문화 콘텐츠 투자는 처음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화전문 플랫폼 ‘맥스무비’를 운영하는 이에스에이(052190)는 자회사 김종학프로덕션의 경영권을 ‘캘비던글로벌인수합병(M&A)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대상은 이에스에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로 거래 규모는 105억원으로 확정됐다. 김종학프로덕션은 1990년대 초반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황금시대 등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을 제작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태왕사신기, 이산, 하얀 거탑 등 폭 넓은 장르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김종학프로덕션의 새로운 주인인 ‘캘비던글로벌M&A펀드’는 영국 켈비던홀딩스가 결성한 인수합병 목적 펀드다. 켈비던홀딩스는 영국 기네스 가문의 후손 헨리 채넌(Henry Channon)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채넌 대표는 기네스 가문의 자산 운용을 담당하다 현재는 자신의 사모펀드 켈비던홀딩스를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조2,000억원 규모 재산을 보유한 기네스 가문은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액 절반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지만 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하고 국채 등 안전자산에도 일정 부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내부 원칙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던 캘비던홀딩스는 국내 바이오 업체에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캘비던글로벌과 캘비던바이오오퍼튜니티를 통해 코디엠(224060)에 1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채넌 대표는 201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코디엠의 사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김종학프로덕션 인수는 켈비던홀딩스의 투자를 담당하는 허영호 대표가 직접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 HSBC증권 IB 부문장을 거쳐 JP모건파트너스 사모펀드 한국대표를 지낸 바 있다. 또 미국 보험사 어슈어런트(Assurant)와 글로벌 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일본 세가(Sega Group)의 자회사 다트라이브(Dartslive)의 어드바이저를 역임했다.
이에스에이는 지난해 8월 초록뱀이 보유 중이던 김종학프로덕션의 주식 100%를 150억원에 양도 받았지만 회사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처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에스에이는 유상감자를 통해 45억원을 사전에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김종학프로덕션 인수 직후 유상감자를 진행했고 70만7,560주였던 김종학프로덕션의 총 주식수는 이로 49만5,286주로 줄었다. 이에스에이 관계자는 “인수 직후 유상감자를 한 차례 실시해 주식수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