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1%로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 성장률 하락폭이 0.3%포인트로 세계 평균과 같으며 우리나라 성장률이 주요20개국(G20) 중 다섯 번째로 높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7월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2.0% 성장을 전망했고 그 뒤에 나온 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 등은 1%대 성장률을 예측했다. 영국의 시사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로 국가별 경제분석에 정평이 나 있는 EIU에서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연간 1%대 경제성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이다. 물론 최근 경기 부진은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같은 국제경제 환경 악화에 기인한 탓이 크다. 그러나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7.3%나 급격히 올린 것과 같은 국내 경제정책의 영향도 작지 않다. 국가통계위원회는 2017년 9월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은 후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했는데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확대재정 정책을 채택하고 내년 예산안을 올해 대비 9.3% 증가한 513조원으로 편성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권고한 사항이지만 그 내용은 면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복지급여 확대 같은 의무지출 증대는 장래의 재정 건전성을 제약하며 제로페이같이 민간 영역에서 정부 역할을 늘리는 일은 기업의 경제활동과 상충한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즉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에 근접한 것으로 인식됐으나 한은은 7월 2.5~2.6%로 낮춰 잡았다. 한 민간연구원은 2021년 이후 2.1%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으며 한국경제발전학회도 내년에 1%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은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 물량을 늘리거나 같은 투입량에서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동시간 단축 추세로 노동 투입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 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공장시설·기계·장비 확장과 같은 물적 투자와 아울러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금융·조세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조치도 투자 증대에 필수적인 일이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국가 경제의 자본 스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비효율적인 사업을 선정·투자한다면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공장·기업·산업 단위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자원이 생산성 높은 분야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은 고용인원은 많으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에 편중돼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서비스 산업, 예를 들어 금융·통신·문화·교육·의료·법률 분야의 진입장벽을 깨뜨려야 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자율주행·생명공학 등에 대한 규제도 줄여야 한다.
미국은 생산성 향상을 기반으로 2010년 1%까지 내려갔던 잠재성장률을 최근 2.1%로 끌어올렸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평균 1%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경제가 가는 길은 어느 쪽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