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인들이 “상호 발전을 위해 양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며 한일 정부 간 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인재 교류나 인프라 구축과 같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한 경제계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경제인들은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직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양국 선배들이 쌓아온 호혜적, 양호한 경제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양국관계 회복 방안으로 △제3국에서의 협업 지속적 추진 △고용과 인재개발 등 공통과제 해결 △경제·인재·문화 교류의 확대 △한일의 우호적 인프라 재구축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등을 제안했다. 일각에서 “한국이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간 대립 양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일 경제인들이 침착하면서도 미래지향적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한일경제인들은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의 한일협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간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일간 갈등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떨어트리고 일본은 7월 이후 두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산업 소재 수출 규제로 시스템반도체 등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부품 사슬망에서 이탈로 일본의 소재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등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중 통상 마찰을 비롯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피해에 따른 단기간의 유가 급등 등 글로벌 경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시기일수록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경제교류의 유대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확인했다”며 “양국을 잇는 가교로서양국 경제계는 잠재적 성장력과 보완관계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정치와 비즈니스 환경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경제계가 경제·인재·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경제계의 신뢰관계와 양 국민의 원활한 왕래가 조성되도록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열린 둘쨋날 행사에서는 경제인들의 날선 지적이 이어져 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모리야마 토모유키 한국미쓰이물산㈜ 겸 서울재팬클럽(SJC) 이사장은 오전 세션에서 “일본 본사에 한국 비즈니스 확대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보고 제품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으로 순수하게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관리 강화에 대응해 한국 기업이 국산화를 통한 ‘극일’에 나섰다”며 “한국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일본 기업들은 고객을 잃거나 최소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됐다”고 우려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오쿠다 사토루 아세아 대학 아시아 연구소 교수가 “분쟁이 장기화 될 수록 일본의 손실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은 행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일본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에게 절대로 폐 끼치지 않도록 수출절차를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이 이웃이라는 것”이라며 “이웃하고 불화가 있다고 해서 이사를 갈 수는 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갈등과 관련해 양국 정부의 입장을 보면 한국은 정치와 경제문제를 별도로 생각하는 듯하고 일본은 또 의견이 다른 듯하다”며 “경제인이 정치외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어렵지만 양국 경제인들이 협업하면서 윈윈 기회를 만든다면 양국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박효정·변수연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