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로 일한 지 얼추 20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 최근 유난히 자주 듣는 이야기가 10년 주기설이다. 특히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매조건부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올 것이 왔다는 웅성거림이 많았다. 갑작스레 초단기 금리가 치솟았고 긴급 자금을 수혈했지만 금리가 안정되지 않다 보니 추측이 추측을 낳는 형국이다.
단기 금리 급등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9월 중순이 법인세 납부일이라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일시적으로 대량의 자금이 유출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은 “결국 연준의 자산 긴축이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법인세 납부나 국채 발행 같은 일정이 예전에 없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금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국 시장에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도드프랭크 등 강도 높은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권의 현금성 지급준비 수요는 크게 늘어났는데 자산 긴축으로 시중 유동성을 과도하게 흡수하면서 탈이 났다는 해석이다.
급기야 지난주 말 연준이 오는 10월 중순까지 매일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보다 영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국채를 보유한 경우 이를 상시 지급 준비금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채를 언제든지 현금성 지준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 민간 은행들을 안심시키면 단기 자금시장의 금리 널뛰기 현상도 가라앉는다고 본 것이다. 용어가 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간단하다. 예전의 양적 완화가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였다면 이번 스탠딩 레포는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는 민간 주도의 양적 완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준 양적 완화’, 혹은 ‘미니 양적 완화’라고도 여겨진다.
2018년 이후 금융시장의 발작적 반응은 미중 무역분쟁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연준의 긴축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이미 연준의 자산은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재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10월 초까지 단기금리 급등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연준도 모종의 결단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10월29일부터 30일 양일간 개최된다. 단순 금리 인하를 넘어 새로운 유동성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