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펫코노미]항암·치매치료제까지...제약사도 '펫 헬스케어' 베팅

[쑥쑥 크는 동물의약품 시장]

5년간 국내 시장규모 1조대로 급성장

플럼라인 반려견 암치료제 美임상 승인

GNT파마 치매치료 신약 임상3상 허가

코미팜 아프리카돼지열병 치료제 도전장

삼성 '혈액검사기'·레이언스 '엑스레이'

동물 진단·의료기기 개발업체도 잇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의료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인체 의약품에 비해 인허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시장성은 오히려 높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동국제약이다. 최근 자회사 동국생활과학을 새로 설립해 반려동물 사업과 기능성 음료 분야를 맡겼다. 이에 앞서 동국제약은 이마트와 함께 ‘몰리스케어’를 출시하고 사료·영양제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펫 전문 드럭스토어 ‘캐니월드’ 역시 동국생활과학이 맡는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동물의약품 출시를 위해 ‘하트 리트’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대웅제약은 해외 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약·구충제·영양제 등을 수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 역시 동물 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포아의 지분 6.13%를 취득했다.

그동안 동물용 의약품 개발 및 판매는 중소 제약사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 2005년까지 동물용 의약품 제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며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 5년간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가 7,745억원에서 1조1,273억원으로 50% 급증하면서 대형 제약사들도 속속 동물용 의약품 판매에 뛰어들었고, 동물용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바이오벤처 플럼라인생명과학은 반려견 암 치료제 ‘PLS-D5000’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의 혈액암에 사용되는 이 치료제는 2016년 10월 미국 농림부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품목 허가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안전성을 검증받고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는데 인체용 의약품 개발상황으로 가정하면 후기 2상·3상 단계라고 플럼라인생명과학은 설명했다.

반려견 치매를 치료하는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신약개발 업체 GNT파마는 최근 반려견도 사람과 비슷하게 뇌세포 손상 등으로 인지장애를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표적약물 ‘로페살라진’을 개발하고 있다.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최근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치사율 100%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 개발에 뛰어든 회사도 있다. 코미팜은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단백질 시범백신을 개발해 중국 합작회사와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며 우진비앤지·플럼라인생명과학 등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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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매우 크고 복잡해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만큼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유전자조작으로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유전자조작 과정에서 오히려 바이러스를 변이시켜 사람에게까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하지만 개발만 하면 아직까지 백신이 없는 만큼 매출 2,500억원을 넘어 1조원까지 넘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등극이 확실하다. 전 세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2024년 502억달러(약 5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체용과 달리 특정 제품에 매출이 몰리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은 오히려 이런 시장의 특성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만 만들어낸다면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동물용 진단,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면서도 허가를 받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동물용 혈액검사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 기기는 혈액을 통해 간·신장·대사질환 등 최대 13개 질환을 10분 이내로 진단한다.

마크로젠이 2015년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반려동물 유전자검사 서비스 ‘마이펫진’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의 구강 상피세포를 면봉에 묻혀 택배로 보내면 반려동물의 유전자를 검사해 질환·혈통은 물론 어떤 품종과 교배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가장 인기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2015년 12월 서비스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 대비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강관리장비 업체 레이언스는 동물용 X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이언스는 최근 동물용 전자 검사 시스템 전문기업 ‘우리엔’을 인수하고 말 전용 영상진단장비 ‘사이테이션’을 출시했다. 고양이 전용 치과센서를 출시한 우리엔은 올해 말 동물 전용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동물 전문 체외진단 기업 애니벳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2017년 16억3,181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3억6,850만원으로 45.1%나 뛰어올랐다. 애니벳은 혈액·소변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종이로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와 진단시약을 생산하는 바디텍메드의 자회사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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