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거듭된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과의 치열한 수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과 교정당국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가 자신과 관련한 뉴스를 접할 수 없도록 TV와 신문 등을 전면 차단하는가 하면 베테랑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을 총동원하며 고도의 심리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법무부 교정당국에 따르면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이씨는 TV와 신문 등을 통한 정보 접근이 전면 차단된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지난 18일 이후 3명 이상의 재소자가 거주하는 혼거실에서 독거실(독방)로 옮겨졌다. 독거실도 원칙적으로 TV가 배치되지만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씨가 뉴스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소식들을 접할 경우 돌발행동 등에 나설 수 있어 방에 설치된 TV도 없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동정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도소장 재량으로 TV 시청을 금지할 수 있다”며 “혹시라도 재소자가 TV 뉴스를 보고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인 사비로 구독할 수 있는 신문 역시 관련 기사는 모두 오려낸 채 전달되고 있다. 사실상 이씨는 본인에 대한 모든 뉴스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차단된 채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의 돌발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찰은 최근 전국 지방청과 경찰서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프로파일러 6명을 추가 차출해 이씨 조사에 투입했다. 이로써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이끌어낸 공은경 경위 등 기존 경기남부청 소속 3명을 비롯해 총 9명의 프로파일러가 이씨와 심리게임을 벌이고 있다. 공소시효 만료로 재판에서 유무죄를 따질 수 없는 사건의 특성상 용의자 자백에 진실규명이 달린 만큼 이씨의 입을 열기 위해 다양한 면담기법이 총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찰은 법최면 전문가들을 투입해 확보한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이씨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이씨는 지난 25년간 수형생활을 하면서 자기방어기제가 철벽처럼 쌓여 쉽게 자백하지 않을 것”이라며 “잦은 대면조사를 통해 ‘라포(정서적 친밀감)’를 형성한 뒤 용의자의 심리적 방어막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씨는 이날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이어진 대면조사에서 자신은 화성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해 경찰과 이씨의 심리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