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멈춰 있던 비핵화 시계가 7개월 만에 다시 돌아가면서 양측이 주고받을 의제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α’를 수용할지 여부에 따라 3차 북미정상회담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이후 2개월여 만인 5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미국 내에서 비핵화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α’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α’로는 추가 고농축 우라늄 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나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등이 거론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조금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영변+α 또는 검증 원칙, 비핵화 정의 등 미국에서 요구하는 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정한 시한(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외부 제재가 계속되고 북한 내 자생력만으로 버티는 상황은 북한에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영변+α’ 에 상응하는 조치로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체제안전 보장만으로는 북한에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실무협상의 포인트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주느냐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체제보장 방안으로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제재 해제의 경우 금강산관광 재개 정도에서 합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정제유 할당량 확대나 연말로 예정된 북한 노동자의 귀환기간 연장 등도 상응 조치의 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북미 실무협상이 당초 예정된 9월 말을 넘겨 10월에 개최되는 점을 고려할 때 3차 정상회담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차 위원은 “원래 처음에 예정됐던 9월 말보다 늦어진 것은 의제 접근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지금 10월4일, 5일로 북미가 날짜를 잡은 것은 아마 의제에 대한 합의가 됐다기보다 그 시기를 넘기면 협상 차체가 힘들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북미대화에서 김 위원장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실무협상이 평양 인근에서 열릴 경우 실무팀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실무협상 대표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대표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