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연합(EU) 수입품에도 징벌적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이 거의 모두 포화에 휩싸이게 됐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날로 심화하고 일본의 수출규제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서양 무역전쟁까지 본격화하면 10개월 연속 감소세로 경기둔화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는 수출 실적의 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이 오는 18일부터 EU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에는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글로벌 경기가 흔들리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수출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6월 이후로는 감소폭이 더 커지면서 4개월째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어든 447억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데다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까지 겹치면서다. 실제 지난달 대중 수출은 21.8%, 대미 수출은 2.2% 감소했으며 일본으로의 수출 역시 5.9%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의 무역전쟁 대상이 EU로까지 확대되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글로벌 여건 악화는 반기기 어렵다. 미국과 갈등을 겪는 주체가 EU라는 점도 우리로서는 좋을 게 없다. 지난달 미국·중국·일본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었지만 EU로의 수출은 10.6%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EU 간 관세 갈등으로 EU의 경제 상황이 나빠진다면 그나마 증가세를 보이던 대EU 수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 간 무역갈등이 당장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입을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EU로의 수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맞지만 워낙 국가 수가 많고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갈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산업 기술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키워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