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기준순환일)으로 판단하면서 그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 하강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기준순환일 지정의 의미를 깎아내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20일 기준순환일을 지정하면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경기 조절정책의 대응성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이 빠졌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는데 정책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일부러 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통계청은 경기 정점·저점을 의미하는 기준순환일을 지정하면서 줄곧 그 목적을 △경기순환 특성과 변동 행태 연구 △개별 경제지표의 경기대응력 판단 △경기 조절정책의 대응성 평가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기준순환일 지정 때는 마지막 ‘경기 조절정책의 대응성 평가’를 뺀 채 공식 자료를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세 번째 목적이 빠진 사실을) 지금 처음 알았다. 자세히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통계청에 해당 내용을 빼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고 답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기 조절정책의 대응성 평가’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은 경기 상승 혹은 하강기에 정부가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정책을 폈는지 따지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준순환일 지정 자체가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기 정점을 2017년 9월로 찍었다면 그때부터 경기가 하강했다는 의미로, 이에 맞는 정책 처방을 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부는 거꾸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같이 오히려 경제에 무리가 가는 정책을 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선 6월 판단하기로 했던 기준순환일을 3개월 미뤄 9월에 한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준순환일과 연계한 이 같은 비판적 정책 평가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기준순환일은 중장기적으로 경기 순환변동에 대한 연구 분석을 위한 것이지 정책 평가의 도구가 아니다”고 반박해 왔다. 경기 대응 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한 것이다.
김 의원은 “통계청이 알아서 뺀 것인지, 기재부와 상의해 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안 드는 통계 목적이나 통계가 나온다고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