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충격적인 9월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월별 내수판매 3위 자리를 올 들어 처음으로 르노삼성에 내준 것은 물론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에까지 뒤져 판매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한꺼번에 두 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주력 차종인 ‘티볼리’ ‘코란도’가 경쟁차종에 밀리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내년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이달에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쌍용차(003620)는 재정 여력 악화로 이렇다 할 대응책도 없어 이대로 순위가 고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자동차업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브랜드별 국내 자동차의 판매순위는 현대차(005380)(5만139대)·기아차(000270)(4만2,005대)가 압도적인 1·2위를 기록한 가운데 르노삼성(7,817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7,707대), 쌍용자동차(7,275대), 한국GM(5,171대)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쌍용차가 월별 판매순위에서 5위로 주저앉았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기반으로 한 국내 시장에서 메이저 브랜드의 지위를 지켜왔다. 주력 차종인 티볼리와 코란도의 인기에 힘입어 올 들어 단 한 번도 월별 판매량 기준 3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에 르노삼성에 밀린 것은 물론 수입차인 벤츠보다도 판매대수가 적었다. 특히 벤츠에 따라잡힌 상황은 충격적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과거 한때 BMW에 내수시장 순위를 내준 적은 있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르노삼성, 특히 벤츠에까지 판매대수에서 밀린 것은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는 쌍용차의 주력 차종인 중소형 SUV 티볼리가 고전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티볼리는 지난달 2,125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30.8%나 줄었다. 반면 동급차종인 르노삼성 ‘QM3’는 855대가 팔려 95.2%나 늘었다. 여기에 현대차가 7월 출시해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베뉴’는 지난달 3,690대가 팔렸고 ‘코나’ 역시 3,636대로 인기를 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볼리가 장악하던 중소형 SUV 시장에 경쟁사들이 신차를 앞세워 뛰어들면서 판매가 분산됐다”며 “중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며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티볼리가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쌍용차의 중심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에 판매순위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내년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이달에 대대적인 할인과 마케팅 행사를 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산업은행에 자금대출을 받고 있는 쌍용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 르노삼성은 이달에 QM3를 최대 400만원 할인하고 60개월 무이자 할부혜택까지 주지만 쌍용차는 고작 할부이자율을 0.9~5.9% 적용해 판매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볼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경쟁사 대비 재정 여력도 부족해 9월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기아차는 중소형 SUV 시장에서 이미 전기차 분야로 치고 나가고 있지만 쌍용차는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차량은 아예 기대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벤츠는 9월 한 달 동안 지난해 동월보다 296.7%나 판매가 늘어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벤츠에 있어 한국은 이미 지난해 중국·미국·독일·영국 다음으로 큰 5위 시장이 됐다. 평균 가격 7,000만원대인 벤츠 E클래스는 올 들어 8월까지 2만6,279대가 판매됐고 9월에도 E300(1,883대)과 E300 4MATIC(1,210대)이 수입차 최다판매 모델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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