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검사의 명령 복종 의무를 없애 총장의 지시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했다. 이명박 정부도 검찰청법 제6조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개정했다. 승진을 위해 윗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소신껏 하라는 검찰개혁 일환의 조치다. 그러다 2009년 5월 대형 사건이 터졌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대검 중앙수사부의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결국 폐지론에 힘이 실리면서 당시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특수통 검사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이른바 검란(檢亂)이었다. 검찰이 지휘부의 지시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행동한 것이다. 10년이 지난 2019년, 국민의 시선에는 여전히 검찰은 총장을 중심으로 전체가 한 몸처럼 행동하는 조직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검찰은 정치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수사권을 행사하는 등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은데도 역대 정권의 개혁 시도에 격렬하게 저항해 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스스로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장애요소인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중립화에 대한 제도적 장애요소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검찰인사권이 행정부에 종속되고 검찰총장 임기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문제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임명 및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고 명시했다. 일반 검사의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법무부 장관, 다시 얘기하면 행정부에 종속돼 있다는 의미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인사에 주요한 역할을 해 검찰의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21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완주한 사람은 8명에 불과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법무부의 탈검찰화뿐만 아니라 검찰의 탈법무부화 목소리도 높다”며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없애고 국가검찰위원회 같은 조직을 신설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권을 들 수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 정치적 외풍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역으로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영향력이 총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개별 검사에게 행사될 수 있어 악용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들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면 결국 검사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로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르면 검사는 검찰권을 가진 ‘단독 관청’이지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각급 검찰청 검사장과 지청장의 지휘감독권에 따라 피라미드형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정점은 검찰총장이지만 그 상위에 법무부 장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대통령 권한을 대신하는 법무부 장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검찰의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