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이 높아 연말 투자의 우선순위로 꼽히는 전기와 가스 등 유틸리티 종목들이 올해는 실적 리스크에 휘말려 투자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한국가스공사(036460)·한전KPS(051600) 등 추정 기관 수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틸리티 종목의 순이익 추정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특히 연초만 해도 올해 1조4,676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됐던 한국전력은 이날 기준 5,173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적자전환은 물론 적자폭마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지난주 유틸리티 업종의 순이익 컨센서스 변화율은 -45.6%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전기술의 순이익 전망치가 1주일 새 6.8% 하락하는 등 유틸리티 업종의 실적 전망치는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에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연초 3만원대였던 주가가 20% 넘게 하락한 2만5,200원을 기록했고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도 18% 넘게 빠졌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한전기술의 주가도 연초 이후 40% 넘는 상승률을 보였지만 오름폭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유틸리티주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불안정한 실적’을 꼽는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 종목의 경우 전력·수도·가스 인프라를 담보자산으로 가지고 이에 대한 투자보수를 국가로부터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실적이 매력”이라며 “실적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전력의 경우 요금제도가,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자원개발투자 및 환율이 문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가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해 한국전력은 6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 등 유틸리티 기업의 뚜렷한 성장 사업이 없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석유개발(E&P) 사업에서 사실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차후 수년간 거시경제 및 석유수급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을 가정할 때 동사로서는 추가적인 이익 여력을 찾아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틸리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기업의 배당정책 또한 경기 방어주로서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민 연구원은 “한국 유틸리티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최근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 공기업의 경우 별도 재무제표상 순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경우 환율에 대한 노출·대손상각비나 자산매각차익과 같은 일회성 손익의 영향·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투자자의 주당배당금(DPS)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