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경량화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전기차 등 첨단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앞다퉈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달 자회사 ‘이니츠’를 합병하기로 결정한 SK케미칼(285130)이다. 이니츠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를 생산한다. 200~250도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데다 금속보다 가벼워 차세대 자동차 소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PPS로 금속소재를 대체하면 무게가 40~5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더욱 주목받는 소재다. 현재 수출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전략물자에 속한 만큼 이후 규제대상 품목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국내 시장을 70%나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SK케미칼의 제품을 테스트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051910)은 최근 베트남 하이퐁에서 연 생산능력 11만톤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증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여기에 152억원을 투자해 1년 이상 공사를 진행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전기·전자제품, 자동차·항공기 구조재 등으로 쓰이는데 LG화학은 50% 이상을 자동차 소재로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롯데케미칼(011170)과 한화케미칼(009830)도 소재 자회사들과의 흡수합병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 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소재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의 이니츠 합병을 포함해 합병기일이 대부분 연말에 몰려 있어 각사의 첨단소재 사업 계획은 내년부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기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 가벼운 소재를 찾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핵심부품인 전기차 배터리가 무거운데다 내연기관차만큼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만큼 차체 무게를 줄여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도 ‘중장기 차량 경량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자동차 중량이 5% 줄 때 연비는 1.5%, 동력성능은 4.5% 각각 향상된다.